50대 아줌마의 우당탕당 배낭여행기
아주 길고 힘든 비행 끝에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체크인할 때 복도 쪽 좌석을 부탁하는 것을 잊었더니 가운데 자리를 줘버린 것이다.
덕분에 인천에서 중국 광저우까지 3시간 반, 광저우에서 이스탄불까지 11시간을 가운데 자리에 앉아 와야 했다.
누군가는 가운데 좌석에 앉아야 하니 그게 내가 된 것이야 큰 문제가 아닌데 옆좌석 친구가 문제였다.
광저우까지 내 왼쪽에 앉은 남자는 한국인이었는데 이륙을 하는 내내 핸드폰으로 쇼츠 영상을 봤다.
승무원이 제지를 할 때는 안 하는 척하다 다시 영상을 봤다.
그것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소리를 킨 채여서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할 뻔했다.
팔을 팔걸이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영상을 보는데 핸드폰의 위치가 정확히 내 왼쪽 귀 높이였다. 나는 15분 가까이 듣고 싶지 않은 영상 소리를 들어야 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남자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읽기 시작한 책의 제목이 내 시선을 끌었다.
제목이 ‘무엇이 옳은가?’였다.
이스탄불까지 오는 비행은 하필 덩치 큰 두 남자 사이에 앉아서 와야 했다.
왼쪽에 앉은 중국인 남자는 열정적으로 치실로 이빨 청소를 한 다음 비행 내내 잠을 잤다.
오른쪽에 앉은 젊은 청년은 열정적으로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밥도 먹지 않고 잠을 잤다.
문제는 두 남자가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다리가 자꾸 내 몸에 닿아 몸을 잔뜩 움츠려야 했다는 것이다.
팔이 내 쪽으로 툭 떨어지다가 고개가 툭 떨어지다가 다리가 내 다리를 미는 통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자고 있는 남자들을 깨워 나가기도 신경이 쓰여 11시간을 꼼짝도 못 하고 앉아 있었더니 이스탄불 도착해서는 두 다리에 쥐가 났을 정도다.
길고 힘든 비행 끝에 날은 덥고 관광객은 넘치고 물가는 미쳐 날뛰는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어찌나 반갑던지.
내 첫 배낭여행지, 내 첫사랑.
이스탄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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