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일정이 꼬여 불가리아의 다른 도시는 포기했다.
수도 소피아는 서너 시간 돌아봤는데 그러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불가리아 일정 중에 계획대로 살아남은 도시는 루마니아로 가는 길목에 있는 벨리코 타르노보 하나뿐이었다.
이름도 어려운 불가리아 벨리코 타르노보에 전망이 좋은 숙소를 예약했다.
이 숙소를 포기해야 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간신히 일정을 맞췄다.
숙소는 오래된 옛집을 개조해 운치 있고 쾌적했고 과연 끝내주는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벨리코 타르노보는 산에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마을 아래로 얀트라강이 마을을 감싸며 흐른다.
숙소에서 내다보면 오른쪽으로 차레베츠요새와 성곽이 보인다.
차레베츠 요새 꼭대기 성당에는 이제껏 성당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식의 성화를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영향 탓이었을까?
무척 강렬하고 현대적인 그림이라 묘한 감동을 준다.
요새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근사하다.
전망 좋은 곳에 세련되고 분위기 있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다른 유럽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며칠 묵어가기 좋은 마을이다.
그러나 이제 서바이벌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극기훈련이 시작된 느낌이다.
8월 이곳 한낮 온도가 연일 39도를 찍고 있다.
문제는 그 한낮이 12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12시 전과 6시 이후도 조금 나은 정도지 덥기는 마찬가지다.
습하지 않아 그늘에 들어가면 그나마 견딜만하지만 그늘로만 걸어 다닐 수가 없다.
걸으면서 등에 땀이 흐르고 손 등에 땀이 퐁퐁 솟는 게 보일 정도다.
중간에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두 시간쯤 뻗었다가 6시쯤 나가도 바로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여름 여행은 거의 하지 않는 내가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한 여름 여행을 맛보는 중이다.
그래도 다시 불가리아를 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풍경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보며 돌아다녔다.
인생이란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