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난여행
한 여름 여행은 신기하게 몸이 먼저 안다.
어제보다 2도쯤 낮게 느껴졌는데 한낮 최고기온이 37도였다.
2도 차이가 커서 오늘은 아랫동네 윗동네 골목을 기웃거리며 다닐 수 있었다.
골목을 기웃거리고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위에서 내려다보고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나니 벨리코 타르노보를 조금 알게 된 느낌이다.
벨리코는 위대한 이란 뜻이다. 이 동네 이름은 위대한 타르노보였다.
미술관의 그림들이 너무 좋았다.
사회주의 시대에 이상적으로 여겼을 그림 풍이나 정형화된 스타일의 그림도 많이 보였지만 놀랍도록 세련되거나 따듯한 느낌의 그림도 많았다.
현대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판화와 드로잉 작품도 많았다.
작지만 아주 알찬 미술관이었다.
하루 더 머물렀다면 미술관에만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더운 것은 어쩔 수 없어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식당을 찾아가다가 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쳤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도로공사를 하는 인부들이었다.
얼마나 힘든지 벌게진 얼굴에 땀에 전 남자들이 더위에 헉헉대고 있었다.
일하면 안 되는 시간이 아닐지 생각했다.
한국에서 에어컨 설치를 하던 청년이 더위에 쓰러져 죽었다는 뉴스도 들리고 온열 환자가 급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위는 전 지구적 문제인지 해마다 한 여름 기온이 치솟는 느낌이다.
걷다 보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그늘에 나와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집에 에어컨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식당마저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 곳이 많다.
더운 여름을 견디는 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겨울은 또 어찌 지내나 싶다.
높고 가파른 골목에 계단들, 비탈진 언덕길들에 눈이 쌓이면 돌아다닐 수나 있으려나.
지키기 위해 선택한 고지대 마을이지만 살기는 절대 편할 것 같지 않은 마을들을 여행하며 많이 지나쳤다.
나는 지나치는 이방인이니 내 눈에는 아름다운 전망일 뿐이나 살아가는 이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견딜 만한지. 살아갈 만한지. 혹은 충분하고도 넘치는지.
그저 이방인의 오지랖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