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내가 그에 대해서 오해를 했다.
비교적 저렴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호스텔에 묵게 되면 종종 장기 체류를 하고 있는 여행자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도 그런 여행자인 줄 알았다.
종일 숙소 밖은 안 나가는 것 같고 옷은 대충 걸친 채 삼시 세끼를 부엌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며 말이 통하는 여행자들마다 말을 걸고 대화를 했다.
친화적인 것까지는 좋은데 말이 많아 상대를 해주면 좀 귀찮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힘들고 나는 여행지에서 남자는 가급적 멀리하는지라 인사만 하고 말은 삼가며 보냈다.
어제 부엌에서 쉬는데 그를 포함한 남자 셋이 열띤 대화를 하는데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정치 얘기가 분명했다.
오늘 아침을 먹으러 부엌에 들어가니 그가 아침을 먹고 있었다.
며칠째 그의 식사는 슈퍼에서 사 와 냉장고에 넣어 둔 빵에 시장에서 사 온 치즈를 얹어 뜨거운 차와 먹는 것이 다였다.
거기에 오이나 토마토, 오늘 아침은 커다란 파프리카를 곁들여 먹었다.
재래시장을 다녀와 본 후 내 짐작으로 저렇게 먹으면 한 끼에 천 원도 안 든다.
냉장고에서 찬 밥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부어 신 김치나 장아찌와 먹는 아침이라고 해야 할까?
된장에 찍어 먹는 고추나 푸성귀 조금 하고.
실은 나쁘지 않은 식사다.
빵만 갓 구운 빵이거나 신선한 빵이었으면 훌륭하기까지 하다.
먹어보라고 잘라준 치즈는 짭짤하고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풍미가 좋았다.
떠나는 날이기도 해서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남자였다.
단번에 그의 모든 것이 이해됐다.
과연 이해되었나는 내 마음에 다시 물어보고.
그는 부인이 오래전에 죽고 지금은 혼자라고 했다.
아들 한 명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단다.
나는 그의 이름과 우크라이나 집 주소를 적어달라고 했다.
아!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그가 써준 주소를 들고 그를 만나러 가는 상상을 한다.
그의 집은 무사할까?
그의 이웃과 친구들은 무사할까?
그는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삶은 계속 이어지고 사람 좋은 그는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그의 고향은 체르카시라고 했다.
공항을 가기 전 그를 한 번 더 보려 했는데 보지 못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