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루마니아 브루쇼바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생전 와 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몰도바라는 나라의 땅을 밟았다.
오면서 본 풍경에 능선이 많았다.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이 끊임없이 흘러갔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부드러운 심성을 가졌을까?
버스에 내려 환전할 때 말도 안 되게 환율을 후려치던 환전소 여자는 내가 기가 막혀하는 표정을 짓자 사납게 쏘아봤다.
버스를 탈까 하다 힘든 야간버스에 내린 몸을 아껴주기로 했다. 택시를 불렀다.
젊은 택시 기사는 오른손이 손목 위부터 없었다.
젊은 청년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싶어 부르는 가격을 흥정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150에서 50 정도가 더 부른 가격 같았다.
청년은 왼손으로 능숙하게 운전을 해서 나를 정확하게 숙소 앞에 내려줬다.
숙소가 건물 안쪽에 있어서 나 같은 길치는 늘 밖에서 출입문을 못 찾아 헤매는 구조의 숙소였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가방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는 이른 체크인을 묻는 나에게 어깨만 으쓱했다.
브라쇼브 숙소의 친절했던 주인 아나가 몹시 그리웠다.
토요일 아침의 밖은 조용했다.
격자무늬로 뻗어 있는 거리는 종잇조각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이른 아침부터 밖에 나와 길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밖을 쓸 것 같은 노인.
가난한 집 마당이 빗질 자국이 남을 정도로 말갛게 쓸려 있고 오래된 살림도구며 집기들이 윤이 반들반들하게 닦여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거리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수하고 심심했다.
토요일 오전 정교회 성당 안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생 몸에 배어 삶의 일부가 된 몸짓은 경건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요란스럽고 과장되지 않아 보기에 편했다.
아주 천천히 걸었다.
이곳에 태어나서 자랐다면 수 십 번은 갔을 것 같은 공원을 지나 둘러보는데 10분도 안 걸린 토요시장을 지나 가장 번화할 것 같은 거리를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뭘 하지?
샤워를 하고 일단 잠부터 자기로 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복기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