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길을 걸으며 풍경을 보며 사람들 사이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생각한다.
아침이면 갓 구운 빵 하나를 먹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일터로 가는 사람들. 어느 빵집에는 어떤 빵이 더 맛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
같은 종류의 빵 하나라도 짭짤한 치즈를 넣은 것과 달콤한 사과잼을 넣은 것과 햄이나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을 넣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바쁠 때는 빵에 버터나 치즈를 곁들여 먹고 더 바쁘면 빵을 차와 함께 먹거나 그조차 안 되면 그냥 빵만 뜯어먹는 사람들.
갓 구워낸 따듯하고 바삭한 크루아상에 잼과 버터를 듬뿍 발라 카페라테와 함께 먹는 아침의 기억과 계란, 치즈, 토마토와 오이 같은 야채에 올리브가 곁들여진 화려한 아침 식사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
딱딱해진 빵은 수프에 넣어 먹거나 가루를 만들어 쓰고
갓 구워낸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사람들.
빵 봉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들과 여자들.
우리가 다양한 종류의 밥맛을 구별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이들은 빵 하나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추억과 감정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을까?
맛에 대한 기억, 모국어에 대한 기억, 질감과 색채와 냄새에 대한 기억들도 살아온 환경마다 다를 터이고 나의
정체성과 그리움의 뿌리가 되는 근원 역시 다를 텐데.
누군가 그 정체성을 훼손하고 뺏으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각자의 영역 속에서 사이좋게 자기 것을 지키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의찮아 서로 섞이고 침범하고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그 다름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혹은 수용하거나 배척해야 할까?
내가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에 흘러 들어가게 되면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또 그 속에 동화되도록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우리가 난민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함과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을 얼마나 허용해야 할까?
우리나라에 무슬림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는 모스크를 짓도록 허용해야 할까? 아닐까?
매일 우리나라의 찰지고 끈적이는 밥을 먹다 향신료를 넣어 보슬보슬 날리는 밥을 먹으며 뭉클해야 할 사람도 있을 테고 밥과 찌개 등을 먹다가 화덕에서 구워낸 빵을 먹으며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세상의 경계가 예전 같지 않아 서로 넘나듦이 많이 자유로워진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걸으며 생각하다 보면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아주 사적인 감상에서 가끔은 아주 거대한 생각까지.
정처 없고 두서없고 옳고 그름도 없고 정답도 없는 상념들.
광장은 여름 축제로 바쁘고
드라큘라로 유명한 브란성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브란성보다 더 멋지다고 하는 펠레슈성은 외관 개보수 중이라 못 보고 내부 관람을 하는데 표 사고 입장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과연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함 속에 두 남자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가 보기에는 차림이며 기세로는 오른쪽 남자가 더하면 더했지, 모자람이 없는데 기싸움에서 젊은이가 이겼다.
젊음을 이길 수 있는 건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인데 표정을 보아하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