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의 기술

튀니지여행

by 신순영


튀니즈의 10월은 크게 덥지 않다는 말을 듣고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든 모자를 놓고 왔는데 12월까지 이어지는 여행에 짐이 될 것 같아서였다.

웬걸, 연일 튀니스는 34도를 찍고 있다. 이상기온이다. 햇살이 너무 강렬해 급하게 모자를 사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모자를 찾기엔 한시가 급해서 일단 모자가 눈에 보이는 가게를 서성였다.

눈치가 백 단이 넘는 상인이 잡아먹으라고 서성이는 나를 놓칠 리가 없다.


헬로 마담으로 시작해서 굿 프라이스로 이어지는 익숙한 멘트.

경험상 흥정은 무조건 절반을 깎고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실 절반의 절반을 깎아도 비싸게 주고 사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절반을 깎은 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적정 선에서 마무리가 되기 마련인데 인도 같은 경우는 길게는 그 과정이 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주인이 시켜준 차를 한 잔 같이 마시며 노닥노닥 마치 흥정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과정인 것처럼 흥정을 즐길 마음이 없으면 시작을 말아야 하는 곳이 인도였다.

튀니지 상인들은 며칠 겪어 보니 천사와 다름없다.

강매도 지나친 호객행위도 없다.

그래도 흥정은 흥정인지라 절반을 깎고 시작했는데 40에서 마지막 25까지 내려왔을 때 좀 더 보고 오겠다는 말에 결국 20에 맞춰졌다.

만 원에 산 건데 분명 더 싸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게 어울리는 모자는 아니었지만 햇빛을 가릴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다.

첫날은 튀니지를 빨리 벗어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3일 있다 보니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거리는 붐비고 더럽고 시끄럽고 길은 막히고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 그런데 사람들이 착하다.

친절하고 상냥하다.

머물고 싶은 이유에 그보다 더 좋은 이유가 있을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