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기억

튀니스여행

by 신순영



나의 첫 사막은 이집트 시와였다.

이름도 예쁜 시와에 대해 내가 얼마나 달콤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지 시와에 도착했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거리에는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마시고 버린 페트병들이 굴러다니고 비닐 쓰레기가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골목 구석구석 썩지 않는 쓰레기가 먼지바람과 함께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오아시스 마을이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눈에 거슬렸는지 콜라를 마시고 거리에 그냥 버리는 사람에게 따져 묻기까지 했다.

왜? 이 아름다운 장소를 더럽히는지!

그는 그저 어깨만 으쓱했던가?


시와에서 처음 사막을 경험했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바로 사막이 나타났다.

정말 뽀얗고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

아주 잠깐 온통 모래만 있는 공간에 갇혔다.

사방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모래언덕뿐인 풍경.

그 풍경이 얼마나 여인의 나체를 닮았던지 그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관능미에 잠시 넋이 나갔었다.

꿈을 꾼 것처럼 그런 풍경은 금세 끝났다.

우리가 들어간 사막은 사막이라기보다는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모래언덕 뒤편이었을 뿐, 진정한 의미의 사막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사막에서 하룻밤이란 낭만은 한 번도 빨지 않았을 담요를 뒤집어쓰고도 밤새 추위에 떨다 새벽녘 쏟아지는 별을 본 것으로 끝났다.

거대한 사막의 귀퉁이도 아닌, 그저 마을과 사막의 경계쯤에서 머물다 온 하룻밤의 경험으로 사막을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지인은 적어도 3박 4일, 혹은 일주일 이상 사막 깊숙이 들어가 볼 것을 권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러고 싶다.


두 번째 사막은 모로코 메르주가였다.

거대한 사하라사막에서 한 스푼 모래를 퍼서 모아 놓은 곳 같은 사막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둥글게 사막 안쪽이 보였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모래언덕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작은 사막에서도 아래로 내려가면 나는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일주일 머물면서 매일 높은 사구에 올라가서 사막의 숨소리를 들었다.

내가 가던 날 비가 내려 사막에 비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튀니지의 토주르는 사막투어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스타워즈 촬영장이 있고 잉글리시 페이션트 영화 배경으로 유명해진 낙타 모양 언덕이 있다.

소금호수에 몇 개의 크고 작은 오아시스 마을과 캐년도 볼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면 좋겠지만 투어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나는 반나절 투어를 신청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막에 대해 내가 무엇을 안다고.

토주르에서 만난 사막은 시와나 모로코와 달랐다.

튀니지에도 고운 모래사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겠지만 오늘 내가 본 풍경은 좀 달랐다.

사막이지만 작은 관목들이 자라고 있었고 작지만 폭포가 있는 오아시스도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고 끊어지곤하던 캐년이 있었다.

말라버린 소금호수의 하얀 알갱이도 보였고 하얀 모래언덕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신기루가 있었다.

아주 멀리 푸른 물에 비친 반영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물이 아니란다.

저기에 물은 없단다.

신기하고도 기이한 경험이었다.

평지가 많아 꽤 넓은 지역을 차로 달리며 본 사막의 풍경은 놀랍도록 풍요로웠고 변화무쌍했다.

사막에 대한 나의 기억에 다채로움이 추가되었다.

자연 앞에서 나는 조금 더 겸손해졌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나는 매우 빠르게 몇 개의 스케치를 했고 그 순간의 역동적인 기억 때문에 결과물에 상관없이 내게는 소중한 기억의 일부로 남게 되었다.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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