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윈의 추억

튀니지여행기

by 신순영


타타윈에서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한 곳만 가기로 했다.

루아지 타고 털털털.

차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다가 나사를 조이고 여기저기 수리를 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에게는 사통팔달,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ksar ouled soltan.

오늘도 몇 시간 머무를 생각으로 왔는데 막상 크사르를 둘러보는 데는 10분도 안 걸렸다.

크사르는 예전에 저장고로 쓰였다고 한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해 보이지는 않았다.

할 것이 없어 잠시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다행히 구름이 태양의 미친듯한 뜨거움을 어느 정도 가려주었다.

그러다 이들처럼 나도 그늘을 찾아 들어가 앉았다.

어쩔까? 하는 생각을 하다 일단 드로잉북을 펼치고 색연필을 꺼내 들었다.

메마른 땅에 초록이가 너무 소중에 점찍듯이 초록이

몇 개를 그리다 ’ 연결‘ 하라는 드로잉 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연결을 하고 나니 눈앞의 공간이 내 노트에 담겼다.

따지고 보면 지상에 모든 것은 다 연결되어 있는데 자주 그 사실을 잊는다.

다시 크사르로 돌아와 민트티 한 잔을 마시며 건조한 바람의 질감과 공기 중에 떠다니는 흙냄새를 맡았다.

이 더위도 이 시간도 이 순간의 감각도 그리워질 때가 있으리라.

잠시 쉬다가 크사르의 유일한 아티스트가 있는 곳에 나도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그와 나는 각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일종의 동지애와 같은 유대감을 느꼈다.

그의 서명을 받고 그와 나는 서로의 그림을 칭찬해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랠 겸 뒷동산에 올랐다.

방치된 크사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보고 잔뜩 흐린 날의 풍경을 수채화로 남겼다.

수채화는 일종의 숙제처럼 하고 있다.

뭐가 되었든 그리고 보자는 마음이다.

숙소에 돌아오니 주인 할아버지가 집에서 만든 만두를 저녁으로 가져다주겠다더니 아예 한 상 저녁상을 차려왔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튀니지 집밥인 셈이다.

주인 할아버지의 이 따듯한 환대가 튀니지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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