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튀니지여행기

by 신순영

여행을 가서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파리에 가면 반드시 루브르박물관을 가야 할까?

런던에 가서 런던타워를 안 보고 오는 것은 미친 짓일까?

어떤 사람은 유명한 명소를 다 찍고 다니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골목길을 걷거나 카페나 공원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 분명해서 선택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다행이다.

나는 그 중간쯤에 있는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미술관 박물관을 좋아하고 유명한 명소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사람이지만 정신없이 찍고 돌아다니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튀니지의 타타윈은 마을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볼거리가 전혀 없다고 해도 맞을 지경이다.

대신 근교에 가볼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문제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추천하는 곳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데다 연결하는 교통편이 없다 보니 렌트를 해서 돌아다니지 않는 한 택시투어를 이용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네 곳을 4시간 정도 둘러보는데 150디나르, 우리 돈으로 65000원쯤, 를 부른다.

타타윈까지 와서 150디나르 아끼자고 택시투어를 안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원하는 장소에 충분히 오래 머물수 없다는 데있다.

고민하다 4곳을 보는 대신 하루에 한 장소만 정해 다녀오는 걸로 마음을 정했다.

타타윈에 3박이나 하니 할 수 있는 결정이다.

하룻밤 자고 가는 여행자는 당연히 투어가 정답이다.

내가 타타윈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체니니였다.

가능하면 아주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였다.

체니니 한 곳만 간다면 루아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체니니까지 가는데 고작 2디나르밖에 안 한다.

체니니는 과거 베르베르족의 마을로 적의 침입을 대비해 높은 곳에 요새처럼 지어져 있는 곳이다.

날은 여전히 덥고 태양은 뜨거웠지만 장소를 바꿔가며 그림을 그리며 4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더 있었겠지만 배도 고프고 더위에 지쳐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4시간이 내게 준 충만함은 적지 않았다.

택시 투어를 했다면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다음 날에도 나는 한 곳을 선택에 3시간쯤 머물다 왔다.

보지 못한 풍경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다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깊게 눈길을 준 풍경을 손 끝의 감각으로 담아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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