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여행기
달리는 차 안에서 차 내부를 그리는 일이 쉽지 않아서 늘 망설이기만 했는데
오늘 옆에 앉은 여인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나한테 많은 것을 궁금해했는데 내가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 왔다는 것과 구글 맵을 열어서 한국의 위치를 알려준 게 고작이었다.
그녀는 구글맵 여기저기에 찍혀있는 위치표시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내가 다녀온 곳이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녀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짐작건대 평생 한 장소에 붙박여 살고 있을지 모르는 그녀와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나의 삶 사이에는 얼마나 큰 간극이 있을까?
그러나 한 번도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나의 삶이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삶보다 더 넓고 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는 삶에 대해 나보다 훨씬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삶의 깊이는 얼마나 진심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그 농도와 밀도에 있지 흩어진 자취의 흔적에 있지 않다.
낯선 여행자에게 따듯한 미소와 상냥함이 넘치는 다정함을 보여주는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감동을 받는데 그녀들의 호기심과 궁금함이 가득 담긴 선량한 눈빛을 볼 때 특히 더 그렇다.
엘젬 원형경기장을 가는 루아지안에서 만난 그녀의 눈빛도 참 다정해서 나는 뭐라도 주고 싶었는데 가방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그녀의 인상을 남긴다.
연필선을 지우지 않은 것은 그것이 첫 선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망친 그림들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