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지키는 마음

[다정한 것들에 대하여 05]

by 도시소묘
카페는 익명의 섬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노트북과 책, 차가운 유리잔을 앞에 두고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한다. 소란스러운 음악과 커피 머신의 소음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시간을 소비하다가도 목적지가 떠오르면 미련 없이 짐을 챙겨 일어선다.

일어선채 앉았던 의자를 테이블 안쪽으로 바짝 밀어 넣는다.

그 손길에 공간을 대하는 다정함이 담겨 있다. 비스듬히 삐져나온 의자는 공간의 흐름을 끊는 불협화음이다. 의자를 밀어 넣어 테이블과 수평을 맞추는 그 행위는 머물던 사적인 영토를 다시 공적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다.

삶의 다정함이란 거창하지 않다.

머물다 간 자리가 누군가에게 거친 숨결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나의 뒷모습을 정돈하는 일이다. 떠난 자리가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제된 다정함이다.

무대가 끝난 뒤 조명이 꺼진 자리 위에 정적만이 남듯, 일상의 공간도 그래야 한다. 차지했던 공간의 부피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 삐져나온 의자의 다리를 정돈하며 통로의 선을 복구하는 것. 그것은 다음 사람을 향한 익명의 환대이자, 사회라는 거대한 직조물이 엉키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돕는 가장 고요한 연대다.

의자를 밀어 넣는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점검한다. 그 마음이 모여 소란스러운 도심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된다.

세련된 삶이란 결국 '선의 미학'을 아는 것이다.

그은 선이 타인의 선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신을 갈무리하는 일. 카페를 나서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테이블 밑으로 단정하게 숨어든 의자의 뒷모습을 보며 비로소 완결된 하루의 마디를 느낀다.


공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나는 그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