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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May 25. 2022

‘길모퉁이 책방’

_동네책방은 도시의 오아시스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책방에 들러 주문한 책을 받는다. 한 달에 한권 정도는 꼭 우리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매 한다. 여느 가정집에 있을만한 크기의 책장이 달랑 두 개 놓여 있는 우리 동네 유일한 책방이다. 책과 간단한 음료도 팔고 있는데 나름대로 계절 메뉴도 한두 가지 추가해나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한 작은 책방이다.


 -신메뉴 오트 쇼콜라 인데요, 맛있는 레시피를 주신분이 계셔서 겨울 메뉴로 추가 해봤어요.

 한잔 마셔보기로 한다. 받아든 잔 속 쇼콜라 색이 지나치게 어둡고 걸쭉한 모양새가 조금 걱정스러울 찰라, 아니나 다를까 단맛은 거의 없고 초코가 너무 진해서 이거야 무슨 맛인지...구매한 책을 읽으며 홀짝거리다가 엄청난 카페인의 공격에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설픈 청년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렸다. 이 자리를 잘 지켜야할 텐데.


 우리 동네엔 어린이 전문 책방도 있었고, 헌책방도 있었고, 단행본 책방도 있었지만 모두 없어진지가 7~8년은 된 것 같다. 동네책방은 만남의 장소였으며 정보 교류의 장이었다. 책으로 만난 동네사람들이 책을 이야기하고 마을을 이야기하고 함께 즐겁게 놀 궁리를 했다. 자연스럽게 주민이 주도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독서모임도 생겨났고 함께 책을 읽다가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공유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책방은 마을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도서에 대한 국가 정책이 변화하고 소비패턴의 변화 때문일까? 그 책방들은 모두 문을 닫아 버렸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문방구도 여러 개 있었는데 모두 알파문구니, 다이소니, 삼화문구니 프랜차이즈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개인이 운영하는 특색 있던 카페도, 다양했던 식당도 이제는 거의 다 프랜차이즈로 바뀌었고 모두 규모도 커졌다. 그러던 어느 해 젊은 청년이 우리 동네에 작은 책방을 열었다. 물음에 쭈뼛쭈뼛하는 모습이 달변가는 분명히 아니고, 다양한 물건을 갖다놓고 우리를 유혹하는 경제관념 투철한 상인도 아니다. 구색을 갖춰놓은 책은 오픈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고, 지나치다보면 어느 날은 글을 쓰고 있고, 어느 날은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데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이래서야 장사는 되나 하고 한 번씩 그 청년이 생각난다.  

동네책방은도시의오아시스

 -우리 동네에 서브웨이가 생기면 좋겠어,

 -공차(카페)랑, 버거킹도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줄줄 꿴다. 우리 집 주변에 생기면 좋겠단다. 옆 동네에도 있고 그 옆 동네에도 있는 걸 굳이 우리 동네에도 똑같은 가게가 생길필요가 있나?

 새 아파트를 짓고 새 가게가 생기고 새로운 마을이 완성 되고 보면 여기에도 저기에도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로 즐비해진다. 우리주변이 모두 특징 없는 가게들로 획일화 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새롭게 조성된 마을마다 반듯반듯한 아파트에 비슷비슷한 가게다. 획일화된 공간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생겨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골목길을 돌아서면 무엇이 나올까, 이 길을 돌아서면 무엇이 있을까 기대되는 골목길이 아쉽다. 획일화되어가는 모습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에너지창고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찾고, 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책방으로 모인다면, 책방은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보물 창고가 될 텐데. 책방 청년에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자. 그렇게 즐겁게 놀게 해주자. 누적되어가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방이 우리 동네에 오랫동안 자리하기를 기원한다. 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지 물건을 팔기 위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동네 작은 책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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