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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Sep 21. 2022

도시문화 속에서 내가 건져 올린 것

부산비엔날레와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나


 ‘문화의 불모지’라는 말을 부산에 살던 어린 시절 내내 들었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먼 곳일수록 문화와도 먼 곳이었다. 부산을 떠나온 지 20여 년이 지났다. 이제는 부산에 가는 것보다 서울을 가는 횟수가 훨씬 많다. 각종 문화 행사를 즐기기에 서울과 나의 물리적 거리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각종 축제와 공연이 열리고 다양한 작가들이 방문하는 서울은 문화의 보물 창고다. 하지만 어김없이 10월이 되면 생각나는 곳은 바로 부산이다. 매년 10월이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작지만 권위 있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취지로 1996년 가을에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개최된 최초의 국제영화제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방에서 영화제를 한다는 것도, 국제적 규모의 문화축제를 연다는 것도.

 1990년에 시작된 지방자치제가 그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1996년 학교를 졸업하였고, 한 달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영화제의 자원봉사자가 되었다. 영화에 흥미가 있기보다는 제3세계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국적인 영상과 문화 그리고 신나게 축제를 운영하며 즐기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은 문화의 불모지에서 문화를 발굴하는 사람들이었다. 주변의 일상에서, 삶의 현상 속에서 그리고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서.

 며칠 전 부산을 가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마침 ‘2022 부산비엔날레’ 기간인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지역 미술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비엔날레로 자리 잡게 된 미술축제이다. 지역작가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한계를 탈피하고 지역의 문화 균형성장을 도모하고자 모임을 만들고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다.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 :WE ON THE WAVE’는 ‘부산현대미술관’을 주 무대로 하고, 부산항 제1 부두, 영도, 초량에 각각 전시장을 두어 부산의 여러 장소를 활용하여 전시하고 있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근대 이후 부산의 역사와 도시 구조의 변천 속에 새겨진 또 감추어진 이야기를 돌아보는 한편, 이를 전 지구적 문제와도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파도처럼 부산에 밀려오고 밀려갔던 사람들, 요동치는 역사 속에서 밀려났던 사람들, 산업화 속에서 소모품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통해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조망한다.

 부산이라는 공간성을 중심축으로 삼아 부산의 구체적인 사건과 상황을 참조하고 다른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함께 연결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회화와 설치, 영상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우리 주변의 소재들이기에 생소하지 않고 친근하다. 그리고 ‘물결’이라는 주제 위에 서서 부산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한다. 같은 물 위에 있음에도 속도와 높이가 다른 물결 위에 서 있는 우리,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산을 만나보는 시간이었다. 부산을 떠나온 지 십 수년이 지났다. 부산으로 밀려 나가고 밀려들어 오는 ‘물결’ 그 속에 있는 나를 떠 올려 본다. 부산을 떠나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나는 문화의 불모지에서 문화의 곡창지대로 변모한 부산을 바라보며 여전히 그 도시가 주는 영향력을 받으며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 도시에 산다는 것, 그것은 계획된 환경 안에서 산다는 것이다. 도시문화는 자연 공간 안에 인간이 만드는 인공적 환경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 의해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기에 그 속에서 형성된 도시문화는 내가 살아온 발자취이기도 하면서 내게 살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문화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 (슬픈 열대/레비 스트로스/한길사)이라고 했다.


 내가 도시 문화를 만들기도 하지만 도시가 내게 이렇게 살아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시하기도 한다. 문화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으로 이곳저곳에서 상업과 연결 한 문화기획이 요동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도시 문화를 바라보는 힘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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