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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Feb 13. 2023

실업이라는 선물을 받다

월든_헨리 데이비드 소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로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연말 나는 실업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한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실업 선고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래, 조금 쉬어보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무섭게 느껴지자 앉은자리는 가시방석이 되었다. 넘쳐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생겨났다.


내 인생의 시간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식기가 낯설었다. 무엇을 배우거나 일을 하지 않는 최초의 시간이 어색했다.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마음은 늘 불편했다. 무언가에 쫓기고, 알 수 없는 무엇을 찾아 헤매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았다. 독서모임에서 ‘월든’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1845년 소로는 월든 호숫가 숲 속으로 들어가 작은 오두막을 지었다. 도시 생활을 뒤로한 채 최소한의 것으로 자급자족하며 지낸 2년간의 생각을 정리하여 ‘월든’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소로는 단순히 도시가 싫어 숲으로 떠난 것이 아니다.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은 이유도 자연에 대한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어떤 세속적 평가도 받지 않고 오직 24시간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기 집중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월든_소로


 많은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고민한다. 경쟁적인 학교 교육, 효율성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소모해 간다.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등수를 매긴다. 한 가지 잣대로 서열이 매겨지니 자연스레 열등감이 생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기보다는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내던져 자신을 소비하는데 열중한다. 뒤돌아볼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방전되어 버린 나를 만난다.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기 전 소로는 인생의 고비를 만났다. 소중한 형을 잃었고, 엘리트코스를 밟았음에도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으며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출판사마다 거절을 당했다. 절망의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소로는 희망을 선택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리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로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젊은이는 건축가도 농부도 선원도 될 수 있다. 다만 그가 하고 싶다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 선원이나 도망 중인 노예가 북극성을 지표로 삼듯이 우리는 정확한 한 점을 지표로 삼을 때만 현명해질 수 있다. 그것만 있다면 예정된 시일 안에 목표로 삼은 항구에 도착하지 못할지는 몰라도 올바른 항로를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내면의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제안을 들여다보면 매우 진보적인 내용들에 놀랄 것이다.

 목표보다는 방향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노동의 신성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보호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적정 노동과 적정 수입의 필요성, 노예제도의 문제, 평생교육시설과 마을 대학을 만들어 평생학습의 기회를 부여해 지적인 삶을 지향해야 함을 주장한다.    

  

 세상이 영원토록 파리대학 하나, 옥스퍼드대학 하나로 제한 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가축을 먹이고 상점을 지키느라 너무나도 오랫동안 학교에서 멀어지고 서글프게도 자신을 교육하는데 등을 돌려 왔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혼란을 겪고 진실을 잃고 종종 방황하게 된다. 소로는 나로서 살기 위해 고독을 권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오는 혼란을 피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나만의 속도로 살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 더 가지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지켜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때때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고 자연 속 동식물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 자발적 가난을 통해 소유와 착취로부터 해방되라는 것이다.      


 그대의 눈을 내면으로 돌려 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곳을 보게 되리라.
그곳을 여행하라,
그리하여 자신의 우주에 통달하라.


 우리는 표면적으로 알고 있지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작은 실천으로 도시를 걸어보고 작은 나무와 숲을 관찰하려 한다. 작지만 자신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나를 위한 소로의 말은 싱그러운 길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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