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어머니의 수학공부

"아이 학원 보내셔야 해요"

by 선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저 OO학원 선생이에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종종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앉아 있기도 하고

학원에서 여는 떡볶이 파티에도 참여한다고 했다.


학원에서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기다리는 곳이 있고

한 번씩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나를 닮아 그런지 참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다.

공부하는 친구들 방해되니 가지 말라 하여도

선생님들도 괜찮다 하시며 예뻐해 주시고

친구들이 자꾸 초대를 한다고 자꾸만 쫓아다닌다.


다행인지 선생님도 학원에 놀러 오는 아이들이 꽤 있고

기다리는 공간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고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며

계속 와도 된다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는지

아이의 부족한 부분과 학원의 장점에 대해 말씀하셨다.


"어머니, 아이 학원 보내셔야 해요."


나도 아이가 수학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며칠 전 종합평가 결과를 보고

처음에는 나도 수학은 잼병인지라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지 고민했지만


내 어린 시절 학원 다닌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아이가 날 닮은 것으로 보아


주입식 교육은 아이에게 괴롭기만 하고

별 효과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와 상의를 해 문제집을 구매해 둔 상황이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괜스레 죄책감이 조금 들었다.

솔직히 학원 보낼 여유가 없긴 한데

아이의 사회생활을 생각하니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같아서

'여유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끝까지 못 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 뒤로도 선생님은 몇 번 더 전화를 주셨다.

결국에 나는 우리끼리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내가 수학을 잘하지는 못해서

완벽하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일단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거니까.


초등학교 때는 연산만 탄탄하게 해 놔도 될 것 같았다.

나머지는 중고등학교 때 다시 배웠던 것 같다.


또 아이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하는 기억이 좋으면

뭐든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고


내가 수학을 잘 몰라

'가르치는' 역할이 주가 아니기 때문에

주눅 들게 하지만 않으면

흥미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연산책과

아이가 어려워하는 5학년책을 두 권씩 구매했다.




똑같은 연산 문제집을 같이 풀다가

자기보다 내가 틀린 갯 수가 많으니

아이는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엄마 이거 봐 봐, 나 이거는 잘해!"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내 계획은 반쯤 성공했다.

아이가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5학년 수학을 할 때는

말수가 없어지고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가만 지켜보니 '모른다'는 말을 하기 두려웠던 것 같다.


"나 연산은 못하는데 도형은 좀 알아!"


이번에는 내가 나섰다.

정말로 연산은 약하지만 초등학교 도형은

나에게 껌이었다.


알려주기보다는 그냥 중요한 부분에

밑줄치고 동그라미 치고

아이가 고민하는 것을 같이 지켜봤다.


그리고 힌트를 한 개씩 던져주고 또 기다렸다.


아이는 내가 선생님처럼 빠르게 방법을

알려주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아이가 이 방법 저 방법 '생각'을 해 보기를 바랐다.


집중이 안되는지 못생기게 적은 숫자를 보며 깔깔대고

자꾸만 딴소리를 하는 아이랑 같이 깔깔댔다.

한참 깔깔대면 또 할 말이 없어져 다시 집중하고

그렇게 문제 푸는 것을 벗어났다가 돌아왔다가 반복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보면 '그게 공부가 되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목표는

그냥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생각' 해보게 하는 것.


다행히도 우리의 수학공부는 순항 중이다.

공부를 다 마칠 때쯤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아이의 한마디를 어제도 들었다.


"엄마 우리 이거 내일 또 하자."


수학을 못하는 예체능 어머니의 수학공부

우리는 부족하지만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