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아는 그 첨지 아니야"
며칠 전 날 밤.
바다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문제집 한 페이지를
두 시간 반에 걸쳐 풀어냈다.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힘들었던 수학공부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 학교에서 괴로웠겠다.
학교에서는 50분 안에 다 해야 하니까
진도가 바다 속도보다 빨라서
이해는 안 되는데 자꾸자꾸 넘어가게 되고
답답했겠어."
바다는 수학시간에 이해를 못 한 채로
넘어가서 수업시간을 멍하니 보냈다고 한다.
"집에서는 혼내는 사람도 없고
100번 모르면 100번 알려줄게
시간제한도 없으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줘. "
"근데 엄마 나 수학은 느린데,
영어랑 국어는 재밌고 잘해! 항상 빨라!"
바다는 어릴 때 책을 좋아했다.
말도 빨리 했고 표현력도 좋은 편이었다.
다행히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침 5학년 2학기에 수록된 내용의 책을
구매했던 터라 슬쩍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맞아. 바다 국어 좋아하지? 내가 시집을 하나 샀는데,
2학기 때 교과서에 나온다고 해서 하나 사봤어 바다야!"
"채애애액 ? 책은 재미없을 것 같은데...."
역시 예상한 대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다, 혹시 운수 좋은 날 알아?
거기에 김첨지가 나와."
"첨지? 첨지는 고양이잖아"
유튜브에 나오는 고양이 '첨지' 이름을 듣고는
바다는 웃음이 터졌다.
"맞아. 근대 그 첨지 아니야~
어렸을 때 학교 교과서에 그 책 내용이 실렸는데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찾아봤었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파서 아직도 계속 생각이 나."
"슬퍼? 무슨 내용인데?"
"옛날에 한복을 입기도 하고 정장을 입기도 한
그런 시대에 인력거로 돈을 버는 사람이었어 첨지는.
가난했었고 투박했어. 아내한테 욕도 하고 그랬지.
아내가 아픈데 돈을 벌러 나가야 해서
첨지는 욕을 좀 하고 집을 나와."
깔깔거리던 바다의 모습은 사라지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되는 거야
첨지가 '거 참 운수 좋은 날이구만'하면서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인데도 하나만 더 하자
하나만 더 하자 하면서 늦게까지 일을 해.
그렇게 기분이 좋아져 가지고
아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서 집에 돌아가
그런데 아내가 움직이지를 않아 먹지를 못하는 거야.."
".... 죽었어?"
"운수가 좋은 날인줄 알았는데
첨지를 기다리다 죽어버린 아내를 부둥켜안고
욕을 했다가 끌어안았다가 하면서 울어.
너무너무 슬퍼서 아직도 기억이 나."
이야기를 하면서 울음을 참고 있던 나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음이 터져버린 아이.
우리는 잠시 부둥켜안고 토닥이면서
'운수 좋은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과서에는 명작이 많이 들어가.
이번에 오는 책도 엄청 재미있을 거야.
오면 같이 읽어보자 바다야!"
나를 꼬옥 안고 끄덕이는 바다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우리는 이불을 덮었다.
책이 오면 시가 싫어지지 않게 할 계획을 세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