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시간을 친구들에게 다 내어 주려고 하진 마."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요즘 아이들이 사춘기가 빨리 온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아이는 괜찮은 것 같았다.
물론 내 앞에서만 괜찮아 보이는 것
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할 때마다
내 앞에도 부모로서 넘어야 할
고비들이 한 번씩 찾아온다.
"엄마 엄마 나 오늘 8시까지 놀아도 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했다.
민망해하면서 전화를 끊는 아이.
사회생활이 중요해진 아이의 마음이
영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둑 거리는 저녁 8시까지로
통금시간을 늘려줄 수는 없었다.
내 한마디로 그날의 기분이 망쳐져 버린 아이.
미안하기도 미안하고 쓰렸다.
민망하기도 했을 거고
놀고 싶었을 그 맘 다 아니까.
그날 저녁 우리는 낮에 있었던 일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아이는 나와 통화 후
친구들에게 통금이 6시라 아쉽지만
집에 가야 한다고 말을 했고
친구들은 애기도 아닌데 아직도 통금이 6시냐고
너 때문에 다 같이 놀지도 못한다고
여러 명이 동시에 짜증을 냈더란다.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스스로도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데
통금시간이 6시 인 것이 납득이 되지 않고
친구들이 '너 때문에'라고 했던 말들이
자존심 상하고 속상했다고 한다.
놀다가 자기만 집에 가야 하는 상황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왜... 왜 나만 6시까지 집에 가야 해?"
"바다야. 대부분 어른들도 6시면 퇴근해. 집에 가.
왜인 줄 알아? 저녁 먹을 시간이거든.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를 아끼고 가족을 돌볼 시간을 가져야 해.
지금 시기에 친구들이 얼마나 좋은지 나도 알아.
친구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거든.
그런데 추억이 된다는 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야."
"만약 하루에 5분씩 영어를 공부하면?
4년 뒤에 어떻게 될 것 같아?"
"잘하게 될 것 같아."
"맞아. 4년 뒤에 잘하게 되겠지.
5분씩 피부관리를 4년 하면?"
"예뻐질 것 같애"
"그래서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 만들고 나면
하루 중에 너를 정비하고 아끼는 시간도 반드시 있어야 해.
그건 너를 평생 동안 지탱해 줄 테니까.
그러니 너의 모든 시간을
친구들에게 다 내어 주려고 하진 마."
이후로도 친구들과의 속상했던 상황과
관계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안다.
말을 좀 많이 한 것 같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살다가 한 번쯤은
생각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다행인지 그날 이후로 아이는
늦은 밤까지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통금시간보다 일찍 들어왔다.
그게 마음이 단단해져서인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해서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는 것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사춘기를 겪었지만
나는 맞아도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납득이 될 때까지 또 여쭤보고 또 여쭤보고..
항상 감정에 솔직했던 지라
나와 다른 이 작은 생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 이런게 사춘기 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