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내가 등산하며 자꾸 길을 잃었던 과학적인 이유

by 온결

내가 등산하며 자꾸 길을 잃었던 과학적인 이유

이번 3주 차 교육 내용은 조난 시 안전 대책이었다.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강사님이 열심히 준비해 오셨을 거라는 생각과 낮은 출석률 때문에 빠지면 바로 티가 날 것이라는 부담감에 어쩔 수 없이 강의실로 향했다.


역시나 교육생은 나 말고 두 명뿐이었다. 강의를 위해 참석한 분은 다섯 분인데 정작 교육생은 셋이니, 나라도 오지 않았다면 참 민망했을 상황이다.


교육 내용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별 기대 없이 왔던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특히

“등산의 목적은 집에서 출발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

그리고 “조난 상황에서 생존의 목적은 밤을 지새우고 아침까지 견디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소방서나 헬기 등은 저녁이 되면 수색을 멈추고 모두 철수한다고 한다. 결국 조난자는 혼자가 되고, 어떻게든 밤을 견뎌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 이것이 조난 대응의 핵심 목적이다.


이를 위해 배낭에 상시 갖추어야 할 비상 물품 목록을 배웠다.


필수 비상 물품 / 주요 용도

1. 비닐 비옷 – 체온 유지용(기상이변 대비)

2. 랜턴 – 시야 확보, 랜턴용 보조 배터리

3. 여벌 옷, 예비 양말 – 젖었을 때 갈아입기

(상황에 따라 계절 점퍼)

(양말은 무릎 보호를 위한 쿠션 유지)

4. 호각, 라이터, 은박지 – 구조 요청 및 체온 유지

5. 비상식량 – 조난 시 열량 확보

(유통기한이 지나도 계속 소지)


위 용품들은 비상용이므로 항상 배낭에 넣어 두어야 한다. 산은 100m 올라갈수록 약 1도씩 기온 차가 나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훨씬 추워진다. 특히 점심을 먹기 위해 앉아 있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체온 유지는 필수다.


예비 양말은 정상에 도착하면 바로 갈아 신는 것이 좋다고 한다. 땀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 신은 양말은 쿠션이 줄어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님 말씀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은 평생에 한 번은 조난을 당한다고 한다. 그 한 번이 오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주 중요한 말이었다.


산행 중이나 하산 중 조난을 당할 경우, 우선 아는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길을 모르거나 밤이 되면 더 이상 이동하지 말고, 주변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장소로 이동해 체온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배낭을 모두 풀어 다리를 넣고 웅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비상식량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보충한다.


만약 발목을 접질렸거나 피멍이 들었다면 우선 냉찜질을 해야 한다. 약 15분 정도가 적당하며, 물이 없다면 찬 돌이나 주변의 모든 것을 활용해 냉찜질을 해야 한다. 피멍은 내부 출혈이 있다는 뜻이므로 압박을 통해 지혈해야 한다.


또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릴 경우, 천둥 사이의 시간 차를 숫자로 세어 번개가 멀어지는지 가까워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숫자가 길어지면 멀어지는 것이고, 짧아지면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 경우 즉시 하산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산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체온 유지에는 저체온뿐 아니라 고체온도 포함된다. 일사병과 열사병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일사병은 태양빛을 많이 받아 발생하는 것이고, 열사병은 체내의 열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둘 다 체온 상승이 원인이며, 그대로 방치하면 2시간 이내에 심장에 무리가 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몸에 열이 쌓이면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지고, 피가 젤리처럼 변한다고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에 큰 부담을 주어 생명에 위협이 된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의 열을 식히는 것이다. 음지, 즉 그늘로 이동해 옷을 벗거나 펼쳐 찬 공기가 들어가게 한다. 이때 물은 찬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을 줘야 한다.


또한 일사병과 열사병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에서 일사병이 오면 사람이 짜증을 많이 내고, 열사병이 오면 무기력해져 말을 하지 않고 계속 걷기만 한다고 한다. "이것이 열사병의 무서운 징조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즉시 그늘로 이동해 쉬게 하고, 옷의 단추를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은 밤이나 짙은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을 때의 대처법이었다.


강사님은 안개가 낀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이 직선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왼쪽으로 꺾어 걷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다. (왼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힘들어지면 심장을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 들었다.


산행 중 밤이 되거나 안개가 짙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절대 이동하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이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면 자신도 모르게 방향을 잃고 계속 같은 곳을 맴돌게 된다.


작년 안개가 자욱했던 산길에서 세 시간을 걸어도 도착지가 나오지 않았던 경험, 그리고 유독 하산할 때 길을 헤맸던 나의 습관. 나는 그동안 이것을 귀신에 씐 것 같은 이상한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인간 신체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때 만약 계속 이동했더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작년 가을부터 등산을 시작한 나는 올라갈 때는 괜찮았지만 내려올 때 유독 길을 잃곤 했다.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려운 길도 아니었기에 더 이상했다.


그러나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은 힘들면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두 갈래 길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왼쪽을 택했거나, 경우에 따라 오른쪽으로 잘못 들어섰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내가 등산을 꽤 했는데’라는 생각에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었다.


이번 등산 교육도 여러모로 나에게 유익한 교육이었다.






"매주 금요일 밤 9시, 저의 산행과 일상의 기록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8. 따뜻했던 산행과 위기 대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