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첫 독도법 실습 : 길 찾기

by 온결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독도법(지도와 나침반으로 길 찾는 법) 산행이다. 위치는 무룡산. 울산에 온 지 20년이 넘었는데 어디쯤 인지도 모르는 산을 간다고 하니 기대도 된다. 학생장이 전날 위치와 만날 장소를 알려 주었다.


약속 장소인 효문 주차장에 8시 30분에 도착했다. 나는 늦는 것보다는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조금은 일찍 도착해 있었다. 약속 시간인 9시 30분에 모두 모였다. 오늘 등산을 하게 된 사람은 선생님을 포함해 모두 4명이다. 우리는 등산에 앞서 독도법에 대한 이론 수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위도와 경도를 확인하는 법이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위도와 경도로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쉽고 더 정확한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산에서의 위도와 경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너무나 빨리 없어진다는 단점과, 자신의 현재 위치 외에 가고자 하는 길을 찾는 방법에서는 나침반이 더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나침반을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나침반의 방위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정확도 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났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의 교육을 마치고 우리는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이전 야간 산행을 하며 배운 소리를 떠올리며, 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 몸의 소리와 주변의 소리에 집중해 가며 산행의 재미를 찾았다.


얼마나 올랐을까. 어디선가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고, 소나무 사이로 새하얀 빛이 내려왔다. 우리는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올라가면서 독도법을 하자고 하신다. 우리는 어느 산 능선쯤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지도와 나침반을 펼치기 위해 앉았다. 소나무 사이의 작은 나무에 가방을 놓고 거기에 기대 자리를 잡았다. 오늘 오르는 산이 무룡산인데, 이 산은 해발 400미터로 낮은 산이라 그런지 벌레들이 많이 있었다.


문득 이전 야간 산행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내용이 생각났다. 큰 소나무는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 주변으로 다른 나무가 자라면 모두 죽여 버린다. 그런데 하나씩은 남겨 두는 것이 있다. 이유는 벌레 때문이다. 벌레가 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우리는 그곳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들고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위도와 경도를 이용해 지도상에 우리 위치를 찾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지도의 위도와 경도선을 자로 나누어 실제 위치를 찾는 작업은 마치 1:1 개인 교습을 받는 것처럼 아주 쉽게 진행되었다. 위도와 경도를 이용해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보기로 했다.


선생님은 나침반이 아닌 스마트폰 앱으로 위도와 경도를 찾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고, 지도상에 우리 위치를 찾기 위해 위도의 선을 자로 3 등분하고 다시 2 등분하여 위도선을 구했다. 경도는 위도 30초 단위의 선이 3cm인 데 반해 경도는 4cm가 조금 넘어 나누는 데 조금 어렵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선을 그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선생님은 현재 가고자 하는 위치를 찾는 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침반으로는 나무들이 많아 위치를 찾기 힘들었다. 선생님께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넓고 시야 확보가 되어야 하니 정상에 올라가면 나침반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 법을 알려 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다시 정상을 향해 걸어갔고,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정상에 오르기 전 점심을 함께 먹었다. 점심시간 동안 선생님은 자신의 얘기를 해 주셨다. 스무 살에 처음 등산 장비를 사서 등산을 시작했고, 산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이야기들을 해 주셨다. 특히 미숫가루를 한 숟가락씩 먹기로 했는데 혼자 두 숟가락 먹었다는 내용에서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선생님께서 주변 산봉우리의 이름을 알려 주셨다. 오늘은 날이 좋아 멀리 까지 보인다며, 이런 날이 흔치 않다고 하셨다. 그렇게 잠시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과 상쾌한 기분에 취해 있었다. 본격적인 수업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오늘의 수업이다. 처음 것은 나침판으로 나의 위치를 찾는 것이었다. 이걸 후방 교차법이라 하는데, 우선 지도상의 북쪽과 나침판의 북쪽을 모두 맞추어야 했다. 그리고 지도 밑에 있는 자북선을 기준으로 길게 선을 그어 지도 북쪽과 자북선의 북쪽 방향으로 위치시킨다.


나는 주변 지형을 기준으로 내 위치를 찾아 지도에 표시했다. 나는 이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도상의 위치까지 함께 찾아 그려 보았다. 조금 차이가 났지만, 선생님은 오차 범위가 1cm 이내이면 맞는 거라 하시며, 이건 1cm 좀 안 되는 것 같다며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셨다.


이번엔 특정 위치를 잡고 방위각과 거리를 계산하고, 다른 지도를 가져와 코스별 방위각과 거리 소요 시간을 계산했다. 그렇게 시간은 4시가 넘었다.


선생님은 이제 모두 정리하고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며, 번호가 적혀 있는 핑크색종이를 숨겨 놓았다고 하시며 각 위도와 경도를 알려 주면 각자 두 개씩 찾아오라고 하셨다.


내가 받은 번호는 7번과 9번. 위도와 경도를 받아 들고 보는 순간 숫자만 봤는데 대략적인 위치가 보였다.


“아! 사람은 배워야 돼!”


나는 의기양양하게 찾아 나섰다. 9번은 너무나 쉽게 찾았다. 그러나 7번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 위치인데 다른 번호가 놓여 있었다. 반경 3M 주변이라 했는데 하며 난 가시 덩굴이 있는 풀숲을 헤치며 들어갔다. 여사님(함께 교육받은 분)도 나를 돕기 위해 함께 찾아 주셨다. 그러나 끝내 찾지 못했고, 여사님께서 선생님께 못 찾겠다 말씀드리며 함께 찾아보자 하셨다. 난 끝까지 찾고 싶었으나 시간이 다 되어 여사님과 함께 선생님께 가서 못 찾은 번호와 위도, 경도를 불러 주었다. 그런데 경도가 잘못 적혀 있었다. 선생님이 불러주신 숫자를 내가 잘못 기록한 것이다. 선생님은 24도인데, 난 23도로 잘못 적어 약 28M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다. 못 찾은 것은 아쉬운 일이었으나, 정말 유익하고 재미난 시간이었다.


이로서 난 또 한 번 레벨 업했다. 이제 나의 등산 스킬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으니, 다음 산행에서는 새로운 스킬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산행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 교육과 산행 내용이 어떤 시간이 될지 기대된다.


나는 또 그 교육을 통해 업그레이드될 나를 생각하며 그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배우는 기쁨이 인간관계의 부담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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