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진이의 예언이 맞아 들어갔다. 다음 날 오전에 4대, 오후 3시 30분까지 12대. 3대가 모자란다. 경험상 4시가 넘어가면 차가 없었다. 내일(금요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록 휴무는 깨졌지만, 덕분에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 인생이라는 것이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휴무를 포기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 딸도 언젠가 성인이 되면 지금 내가 쓴 글을 보며 웃겠지. 지금 딸에게 전화가 왔다. 주산이 너무 어려워 많이 틀려서 늦게 나왔다고 한다. 피아노 차량이 곧 오는데 배가 너무 고파 먹고 싶다고, 그러면서 피아노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배가 고파 먹고 가고 싶은데 피아노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피아노 학원에 가 있으면 엄마가 교수님 만나고 나오니까 예진이한테 들려 먹을 것 사 가라고 하겠다고 말하니 딸이
“그러면 다른 친구들이 한 입만 달라고 한다며, 그럼 나는 많이 못 먹어서 안 돼.”
하며 울먹이며 짜증을 낸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말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지금은 지갑에 돈이 없으니 오늘은 그냥 피아노 학원에 가고, 다음부터 아빠가 예진이 지갑에 돈을 넣어 놓겠다고 했다. 그때는 배가 고프면 사 먹고 가라고 했으나 싫다며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끊었다. 아마 피아노 차량이 온 모양이다.
조금 있다 이럴 땐 우리 해결사 량희 한테얘기하면 다 해결된다. 량희 최고. 사랑해.
금요일 출근, 토요일은 오전 근무, 그리고 일요일은 산행 실습 참여까지. 이래저래 참 싫은 것만 자꾸 나온다. 이왕 하는 것 즐겁게 해야 하는데 갑자기 일이 꼬이니 참 의욕이 없다. 처음부터 쉬자는 것이 없었다면 아무 일도 아닌데, 하기로 했다가 일정이 변경되니 그 실망감은 너무나 크고 마음이 더 많이 쓰리다.
내일 출근해서는 부디 아침부터 차들이 들어와서 그나마도 빨리 일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토요일은 꼭 딸과 재미있게 보내야겠다. 일요일도 가기 싫지만 어쨌든 가야 하기에 갈 것이고, 또 가서도 나쁘지 않게 잘하고 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안다. 뭐든 하기 전이, 또는 가기 전이 가장 힘들다. 막상 닥치면 해내게 되고 끝까지 가게 된다. 하면 별거 아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랬다. 처음에는 하기 싫어 힘들고 등등의 말을 했지만, 나중에는 다 해냈다.
그렇게 바리스타 자격증, 사회복지사, 대학 졸업, 정비산업기사, 튜닝사, 1급 진단평가사 등, 그리고 뭐가 있더라 더 있는데 생각이 안 난다. 수많은 자격증을 따왔던 것처럼.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면 잘해왔다. 이번에도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일이 끝나면 또 다음에 할 일까지, 아니 배우고 싶은 것까지 이미 정해 주지 않았는가. 숲 해설가. 난 잘할 거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라고 별거 있겠나. 사람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 상황이 닥치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닥치면 나와 별 차이가 없다.
깊이 생각하지 말자. 깊이 생각할수록 생각은 더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하자. 하면 된다. 시작만 하면 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