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야호" 소리에 산짐승은 대가 끊깁니다

초보 등산객이 배운 진짜 산행

by 온결

오늘은 월차를 내고 집 주변 저수지로 아내와 함께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이전 산행에서 박 선생님께서 산과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몸에 좋은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떠올랐다. 몸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 맑은 공기, 피톤치드, 음이온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선생님께서 다른 산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곳은 아내의 일정과 맞지 않아 가지 못하고 생각한 것이 내가 첫 등산 아카데미에서 함께 한 폭포수길 아래 저수지였다. 그곳이 차로도 이동 가능하고 집에서 가까워 이동도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가져갈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를 챙겼다. 지난주 배운 독도법을 연습하기 위해 지도와 나침반도 함께 넣었다.


딸을 학교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저수지로 향했다. 차로 저수지까지 진입하는 것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웠지만, 도착 후 아내는 연신 놀라며 웃었다. 도착해서 주차할 곳을 찾다 보니 화장실 앞쪽에 한 자리가 남아 있어 우리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이동했다. 아내는 저수지가 마음에 든 듯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근래 들어 이렇게 즐거운 모습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아내의 모습을 보고 조금 더 걸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일부러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좋은 위치를 봐둔 곳이 있다며 조금만 가면 된다는 얘기로 걷게 했다. 아내는 투덜대면서 함께 이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경관이 좋은 데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내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나는 지도를 펼치고 지난주 배운 독도법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집까지의 거리와 시간도 계산해 봤다.


대략적인 위치를 측정하고 지도에 줄을 긋고, 폰에서 경도와 위도를 대조해 보기까지 했다. 후방 교차법, 전방 교차법, 위도와 경도 확인까지 모두 끝내고, 난 만족감에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는 날 보고 “재미난 장난감을 만지고 노는 아기 같다”며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신나게 놀다 보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우리는 급하게 정리를 하고 차로 달려왔다. 아내는 “이 길이 아닌데” 하면서 날 쫓아 달리기 시작했고, 차가 있는 곳에 도착한 후 아내는 “가까운 길이 있는데 일부러 돌아갔네!” 하며 웃었다. 화가 풀리고 나서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며, 다음에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날 가족 모두 가기로 약속했다.


저녁이 5시가 넘어서야 오늘이 수요일 교육이 있는 날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5시 40분에 서둘러 나왔다. 나오는데 딸이 또 가냐며 짜증 섞인 말을 한다.


“오늘 나하고 로블록스 하기로 했잖아. 입양하세요.”


“아.. 예진아 미안해, 다녀와서 하자” 하고 빨리 자리를 피했다.


오늘 수업은 숲 해설 중 탄소와 환경에 관한 내용이었다. 등산과 환경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수업에 대한 기대는 낮았다. 산행인 숲 해설에 대해 궁금했을 뿐이고, 이번 산행이 숲 해설인데 내가 가지 못하게 되어 이 수업이라도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가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6시 30분에 난 도착했다. 그곳엔 이미 선생님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밖이다. 오늘따라 일찍 오시던 교장 선생님도 안 오시고, 또 열쇠를 가지고 있는 학생장도 늦는다고 한다. 항상 일찍 오던 사람들이 하필 오늘, 그것도 선생님이 집에서 오면 늦을 것 같아, 일 마치고 바로 오신 그날 그분은 5시 30분에 도착하셨다고 한다. 무려 밖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었다.


6시 50분이 다 되어서야 학생장이 왔고 문을 열었다. 문제는 문을 열고 나서도 나왔다. 선생님이 강의를 위한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연결했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또 시간이 흘렀고, 나중엔 빔 프로젝트 없이 노트북만 가지고 수업을 하자고 할 시점에, 구원자처럼 교장선생님께서 오셨다. 그분께서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멋있게 등장해 말씀하셨다.


“아직도 못했어? 왜 안 되지?” 하시며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이건 빔 프로젝트가 문제가 아니라 노트북이 문제인데” 하시며 만지니 어느 순간 화면이 나왔다. 이렇게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7시가 넘어서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강의 주제는 탄소중립이었다. 탄소는 해로운 물질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설명하시길,


“탄소를 중립 한다는 것은 이제 탄소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탄소의 배출량과 없애는 양을 같게 하면 발생량은 제로가 된다.”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나오는 양과 없애는 양을 같게 하면 제로다. 1-1=0이다. 뭐 이런 말이다.

선생님은 어려운 주제의 강의를 재미있게 풀어 말씀해 주셨다. 처음 교장 선생님께서 인사 말씀 중에 오늘 강의는 등산과 많은 관련성은 없는데, 앞으로 등산인이 나가야 할 방향과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어 33기부터 수업에 넣었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그 반대로, 오늘 강의는 등산인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 말씀하셨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산에서 음식물을 한 번에 버리지 말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며, 가져온 쓰레기는 모두 가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산에 있는 쓰레기까지 가지고 내려올 수 있도록 큰 비닐봉지(혹은 장바구니)를 항상 가지고 다니라는 것이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남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해수면 상승으로 어느 나라 정치인이 연설을 위해 물 위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전 그곳은 땅이었기 때문에 항상 그 자리에서 연설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물에 잠겼고, 현재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의 양은 우리나라 면적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 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사실이다.


선생님의 강의 내용은 문제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까지 알려 주셨다.

특히, 산에서 동물을 위한 배려로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다. 예전에는 산 정상에서 소리를 많이 질렀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이유는 산에서 “야호”하고 소리를 지르면 동물들이 적으로 감지하고 긴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가을에 산을 많이 가는데, 이 시기는 동물들의 짝짓기 철이라 한다. 이 시기에 소리를 지르면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소원을 빌기 위해 산에 있는 돌을 뽑아 돌탑을 쌓는 행위도 금해야 한다. 산의 나무뿌리가 돌을 감싸고 땅을 단단하게 한다. 그런데 돌을 뽑아 버리면 비가 오게 되면 땅이 씻겨 내려가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 새들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등산을 하는 것 또한 동물들의 본능을 자극해 달아나게 한다.


선생님은 가장 좋은 등산은 산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나무에게 산소를 공급받으며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고 하셨다. 산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을 보내고 좋은 기운을 받으며, 산에서 나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몸으로 받고, 귀로는 새소리와 동물 소리, 물소리,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스며드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올바른 등산이라는 것이다.


난 집으로 오자마자 배낭을 다시 정리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비닐이 아닌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넣었다. 생수도 페트병 대신 조금 무거워도 물통에 넣어 다니기로 미리 챙겼다.


단순히 나를 위한 기술(독도법)을 넘어, 자연과 타인을 위한 윤리까지 배웠다. 배운 것을 즉시 실천하며, 난 또 한 번 레벨 업했다.


이제 나의 등산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다. 다음 산행부터 나는 올바른 등산이라는 새로운 스킬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산행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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