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등산교육(스트레스 가득한 등산 학교 첫날)
어제 저녁, 등산 교육 첫 수업을 받았다. 내가 잘한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아는 사람들과의 모임도 싫어하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3개월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이런 내가 싫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나니까. 그런 내가 왜 등산 교육을 신청했을까? 이게 과연 나에게 최상의 선택인가? 지금이라도 안 되겠다고 말하고 그만둘까? 다른 사람들은 ‘잘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데,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고민해야 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교육이 끝난 후에도 그들과 계속 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도 내 스타일은 아니다. 정말 힘들다.
아니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끝내야 하는데,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자리에 있는 걸까? 이유를 정리해 보자.
등산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작년, 참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였다. 가장 먼저는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절박함이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응급 대처 교육을 받았을 때, 응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119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집 기준으로 구급대원이 오는 시간은 약 2분. ‘2분만 버티면 되나?’ 생각하다가도,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니 약 10분을 가정하고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체력으로는 1분도 견디기 힘들었다. 심폐소생술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아내를 안고 뛰어서라도 병원에 갈 수 있는 체력, 그 절박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후 등산과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내 몸과 마음을 지탱해 준 것이 바로 등산이었다. 처음 2주간 한 번씩 하던 것이 주 1회, 2회로 늘어났다. 등산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머리도 점차 맑아졌다.
그러나 이상하게 하산할 때는 꼭 길을 잃었다. 그리고 이상한 경험도 자주 한다. 생각해 보면 세 번 산에 갈 때 한 번은 꼭 이상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처음 경험한 것은 산에서 내려오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정장 바지와 캐주얼 구두를 신고,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듯 지팡이를 짚으며 내 앞을 지나가신 것이다. 내가 인사를 하니 어르신은 웃으며 ‘예’라고 답하셨다.
그렇게 지나가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나를 부르시더니 혹시 이 길을 아느냐고 물으신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다니던 길이 아니었다.” 나는 어르신께 잘 모르는 길이라며 “제가 길을 잘못 든 것 같습니다.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요.”라고 했더니 어르신께서 “허허” 웃으시며 당부하셨다.
“이 길을 쭉 가다가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왼쪽 말고 꼭 오른쪽으로 내려가세요.”
나는 “오른쪽이요?” 하고는 “아, 네.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지나가는데 어르신이 다시 말한다.
“꼭 오른쪽으로 가야 돼요.”
나는 다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길을 걸어갔다. 얼마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다 보니 정말 두 갈래 길이 나와 있었다. 나는 어르신 말대로 오른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2미터 정도 되는 가파른 절벽이 있었고 줄이 매달려 있었다.
‘하, 이상하다. 줄이 다 있네.’ 하며 그 줄을 잡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생각해 보니 ‘어르신은 어떻게 올라가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반대쪽은 어디로 가는 거야 싶은 생각에 다시 올라가 두 갈래 길에서 이번엔 왼쪽으로 올라가 봤다.
길이 너무 가팔라 나는 미끄러져 굴렀고, 계속 굴러가다 보니 펜스가 처져 있는 절벽 근처에서 가까스로 나무가지를 잡고 멈출 수 있었다. ‘이래서 이쪽으로 가지 말라 했구나.’ 어르신께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옆에 무덤 하나가 있었다.
난 그 무덤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일어나 오른쪽 길로 내려왔다. 참 이상했다. 그 길은 아무도 다닐 수 없는 길이었고, 어르신과 내가 만난 곳은 다른 길이 없는 곳이었다. 대충 봐도 나이가 70은 넘어 보였고, 체중도 80킬로는 되어 보였으며, 캐주얼 구두에 정장 바지를 입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지팡이까지 짚은 분이 어떻게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절벽을 줄을 잡고 올라왔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