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니어가 가지면 좋을 능력 04 [돌파력]
금독기 은독기, 될래 말래?
"자자 한잔해~~!"
사수와 팀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서 처음으로 함께 술자리를 갖던 날이었습니다. 하필 그날이 인사고과 중간결과가 발표되던 날이었고, 저희는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물론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 달랐기에 매끄러운 대화보다는 창과 방패가 오가는 듯한 느낌의 대화가 주를 이루었지요.
A (사수) : "저희한테도 기회를 줘야 한다니깐요 팀장님? 평소에 디지털 업무 때문에 기획방향 생각할 시간도 없는 와중에 기회까지 없으니 할 수가 없다고요. 얘도 기획방향으로 이겨보고 싶어하는 앤데!"
B (팀장님) : "그거 다 핑계야! 평소 실력은 내가 알아!"
A (사수) : "저희 진짜 하루 웬종일 디지털업무 때문에 시간도 다 가고, 기획 방향 생각할 시간에 기회도 없어요"
B (팀장님) : "서로서로 기획적인 부분으로 티키타카할 수 있는 실력까지 와야해. 기회를 찾지 말고 평소에 아이디어 회의에서 실력을 뽐내라고. 운영업무는 당연히 기본으로 다 잘해야지! 난 전략으로만 실력을 판단해."
이 당시의 대화는 사실 저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던 듯 합니다. '열심히만 하면 다 알아준다'라는 말은 옛말이고, 결국에는 나를 얼마만큼 잘 PR하느냐의 싸움인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운영 중인 디지털 캠페인의 업무가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고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업무가 많아서 쉴 새 없이 일이 몰아치던 시기였는데요. 팀장님은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디지털 업무를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계셨고 그와중에 운영 업무는 당연히 잘 하는 것이며 기획/전략으로만 실력을 판단하겠다며 독려는 없이 으름장만 내놓으셨으니.
근데 또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인사평가는 [전략으로만 평가]하겠다는 명료한 가이드, 실제로 책임 직급 정도 되었다면 운영중인 캠페인은 이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문제해결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기획자AE로서 기획에 대한 실력이 더 향상되어야 하는 건 맞는 이야기이니까요.
각성 계기는 의외의 순간에서 온다
오히려 이런 대화가 저의 어떤 내면의 독기를 깨우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평소에 정말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막내가 회의자리에서 무언가의 의견을 말하는 게 눈치 보이고, 혹시나 내가 틀린 말을 해서 회의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어쩌지 하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도 있었고 도 사수가 하는 일에 너무 관여하면, 참견하거나 사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할까봐 어떤 말이더라도 의견을 내기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참, 과거를 떠올려보면 전회사에서는 4-5년차 시기에도 메인으로 업무를 맡았을 때 자신감있게 이런저런 의견을 많이 냈던 것 같은데. 다시 막내로 돌아오니 어떤 의견을 내기도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으로 돌아오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매사 조심스러워하던 저의 성격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소극적이고 실력 없는 아이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제가 팀 막내이지만 책임 직급이니, 그것에 당당해지고 눈치보지 말자고 스스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이전에 내가 4-5년차 당시 사수의 역할에서, 이 상황 정리를 위해 의견 한마디라도 더 보탰던 것처럼. 그때의 자신감으로 다시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제 마인드 또한 사람을 만드는 것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전회사 팀장님이 저에게 칭찬해주었던 역량 중 하나인 [돌파력] 카드를 다시 꺼내야겠다고.
그렇게 저는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운영 중인 업무들이 저녁에 끝나면, 저녁 식사 후에 그때부터 전략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해서 새벽에 끝내는 일이 일반적인 루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8년차가 되면서, 사실상 야근이 너무너무 힘들고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고되어 새벽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다시 한번 더 시간을 투자해보자 라는 마인드로 임했습니다.
말을 잘라먹거나, 아니라고 면박을 주거나, 핍박을 주는 등의 반응이 회의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워낙 사람들의 반응에 소심해서 이런저런 눈치를 많이 보는 저이지만, 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막내니까 못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이제 버려야겠다고, '싸우자, 이기자'의 마인드로 대하려 했습니다. 정말 누구랑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우자! 이기자! 의 마음으로 대하면 누군가의 공격이 들어와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되는..ㅎㅎ 그런 마법의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아이디어나 전략회의에서 정답은 없는 것이더라고요. 어떤 방향이, 이야기가 더 FIT할지 그리고 더 설득력이 높을지에 대한 논의를 나누는 자리인 것이고 누군가의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간다면 그건 또 기우는 배일 테니까요.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테니 그런 마음으로 임했고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며 만족하는 회의를 지금까지도 쭈욱 이어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