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멋있게 나이 들기로 했다.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좋아졌다.

by On Rachel


서른아홉의 12월, 나는 처음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과 함께 마흔이 두려워졌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젊고 예쁘다는 말이 자연스럽던 20대와 30대가 저물어 간다는 것이 퍽 서글펐다.

나의 그 시절은 오롯이 기다림과 그 기다림으로 만난 세 아이들과의 육아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40대의 삶은 마치 나이의 한 세기를 넘어서는 것만 같았고,

막연히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처음 맞는 마흔을 위해 40일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한 끼를 금식하며 책을 읽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결코 시들어 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돌아보면 나는 서른까지 꽤 치열하게 살아왔다. 지금의 삶을 얻기 위해 애쓰며 달려온 시간이었다면,

마흔부터는 그 시간을 조금은 누리며 한 걸음 떨어져 삶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살아보니 애써 붙잡거나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빨리 인정하게 되는 게 40대인 듯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맞이할 나이라면 앞으론 멋있게 나이 들자!'


아이들과 때론 전쟁 같고 때론 솜사탕 같은 육아를 해내느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도 생각보다 즐거웠다. 나는 지금까지도 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왔고, 계속해서 또 꿈을 품고 살아내며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올라왔다. "나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사람인데?"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걸어간다면 앞으로의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결국 내 삶을 이끄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끼며 살아갈 때에 어느 순간 나 스스로 어깨가 펴지고 걸음걸이도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의 내면의 구조화가 어찌 되어있는지를 돌아볼만했다.

억지로 어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으니까.

한번 봐서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아름다운 사람이 더 멋있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나는 오랫동안 외모에 대한 작은 컴플렉스가 있었고, 그래서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말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더 좋아졌다.

아마도 내가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은 매일 조금씩 더 멋있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며 보낸 시간 덕분에 나는 나를 이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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