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여편네?

가정에서 시작되는 존중의 감수성

by 전온유

가정은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사회집단입니다.

출생 후 우리는 양육자와 형제, 친인척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말하고 듣고, 비언어적 표현을 읽고,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하는 모든 것을 배우죠. 가정은 배움터이자 실습처이며, 사람이 다른 사람을 경험하는 최초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학습의 자리에서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여성과 남성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계속해서 성별에 따른 압력을 받게 됩니다.

"여자니까 이렇게 해야 된다."

"남자니까 저렇게 해야 된다."

사회 통념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고정관념을 따르지 않으면 '이상한 아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한 대학생의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너는 남자니까 당연히 이공계를 가야 한다"는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진학했지만, 1학년을 간신히 견뎌낸 후 결국 자퇴했습니다. 지금은 자신만의 꿈을 향해 다시 진학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엄청난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자녀의 진로에 조언을 해주고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너는 남자니까", "너는 여자니까"라는 이유로 특정 학과나 직업을 제한하는 말을 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는 내가 자라오면서 경험했던 성별 고정관념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성인지감수성은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이 가진 고유한 역량이나 가치를 그대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함부로 성별에 따라 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며, '남자는 이성적, 여자는 감성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차이를 성별 차이로 규정짓지 않습니다.

가사노동이나 돌봄의 일을 어느 한쪽이 전담하는 것은 분명히 불평등합니다.

대부분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죠. 외벌이든 맞벌이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혼자 경제활동을 할 경우 가사노동이 오히려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는 '누가 돈을 벌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덜 해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은 청소든, 양육이든, 음식이든, 경조사든 공동으로 해야 하는 것이 정당합니다. 그것이 가족 구성원이 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잘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계속 음식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요리 잘하는 남성들을 보면,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또는 가족을 위한 마음으로든 꾸준히 음식을 해온 분들입니다.

모성애 역시 엄마이기에 당연히 생기는 것이 아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생긴 애정입니다.

누구든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 애정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못을 박고, 전구를 갈고, 누수를 수리하는 집안일을 남자가 잘할 수 있다면 타고난 능력이 아닙니다.

'남자 일'이라고 정해놓고 맡아해왔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뿐입니다.


'남편'이라는 호칭은 한자어로 '가까이 있는, 곁에 있는 남자'라는 의미입니다.

가까이서 내 편이 되어주는 남자가 바로 남편입니다.

그렇다면 남편의 상대방은 '여편'이 되어야 합니다. 곁에 있는 여자라는 뜻이죠.

그런데 우리는 '여편'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편네'라는 말을 더 많이 알고 사용합니다. '여편'에 접미사 '네'를 붙여 남편보다 낮춰서 하대하는 호칭입니다. 머슴네, 주인네처럼 하대하는 호칭에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여편네가..."처럼 비하할 때 주로 사용되죠.

남편, 여편이라고 부르기 불편하다면 그냥 '배우자'라고 부르면 됩니다. 요즘엔 '옆지기'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배우자가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성인지감수성은 일상에서의 교양과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이런 교양이 매우 필요합니다.

성별로 차별하지 않고, 고정관념으로 가족을 제한하지 않으며, 가족끼리도 평등한 인권으로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만드는 가정이 아이들에게 편견이 아닌 존중을, 차별이 아닌 평등을, 고정관념이 아닌 가능성을 가르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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