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위로
그날 하루는 정말 지쳤습니다.
강의 일정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졌고, 점심도 거를 뻔했죠.
겨우 30분 짬이 나서 허겁지겁 뭐라도 먹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까이 보이는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들어서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 칼국수집이구나. 밥이 먹고 싶었는데...'
하지만, 다시 나갈 시간도 없고 힘도 없어서 그냥 들깨 칼국수 하나 시켰습니다.
앉아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일곱 명쯤 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먼지 묻은 작업복에 지친 표정,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같았죠.
소주 한두 병을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 가지고는 시끌벅적하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식당은 물과 김치가 셀프였습니다.
저도 김치를 좀 담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마침 같은 타이밍에
그분들 중 한 분도 김치를 가지러 나오셨어요. 약간 머뭇거리며 비켰더니,
그분이 친절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김치 담아 드릴까요?"
순간 좀 놀랐습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사양하고, 먼저 담으시라 양보했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김치 담아 드릴까요?
별것 아닌 말일 수도 있어요. 그냥 일상적으로 건넨 말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처럼 피곤하고 그저 견디고 있던 하루 속에서,
그 말은 마치 따뜻한 온기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그분들을 편견으로 봤습니다.
작업복에 먼지 묻은 모습, 크게 웃고 떠들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거칠겠지, 말도 함부로 하겠지'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했던 제 시선이 부끄러웠고,
동시에 그 따뜻한 한마디가 그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살다 보면 의외의 장소, 의외의 사람에게서 위로받을 때가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서 듣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마치 우주 저 어딘가에서 저의 동선을 지켜보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전달되는 맞춤형 선물 같달까요.
폭력예방교육, 범죄 재범 방지교육, 가해자 인식교육...
법과 폭력,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일상인 저에게,
오늘 칼국수집에서의 짧은 순간은 작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 내가 사는 세상에는 아직 온정이 있구나.
그렇지,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지.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