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 머문 뼈, 마음속에 걸린 말

by 전온유

어린 시절의 저는 몹시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혼자 책을 읽거나 라디오 DJ의 멘트를 받아 적으며 나만의 세계로 숨어들곤 했습니다.

가끔 들른 사촌 형은 공상과 낙서에 빠진 저를 향해 “여자애처럼 뭐 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제게는 타인과 섞이는 일보다 혼자만의 고요가 훨씬 안전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회 청년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그 시절 결혼식 뒤풀이는 대개 갈비탕 한 그릇이 전부였습니다. 남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이 거의 없던 제게, 그 자리 자체가 이미 긴장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기인 줄 알고 덥석 문 것은 딱딱한 뼈 조각이었습니다.

지금이라면 휴지에 툭 뱉어냈겠지만, 당시의 제게 타인 앞에서 입 안의 것을 내보이는 일은 예의에 어긋나는, 어쩌면 불경한 행동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먹지도, 웃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앙다문 입술 너머로 뼈의 감촉만을 되새겼습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야 화장실로 달려가 뱉어낸 작은 뼈 조각.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함께 쏟아졌습니다.


그날 밤, 저는 오래도록 제 자신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나는 나를 바꿔야겠다'


지금의 저는 말하는 것으로 살아갑니다.

그 시절의 장면을 떠올리면 흑역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입 안의 뼈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도 가끔 입 안에 보이지 않는 뼈를 물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뱉으면 누군가 상처받을 것 같고, 삼키자니 제 자신이 아플 것 같은 순간들입니다.


그럴 때마다 열아홉 살의 제가 떠오릅니다.

난처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그 작은 입 안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물고 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매일 저마다의 입속에 말하지 못한 뼈 조각 하나씩을 머금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뱉어내자니 분위기가 얼어붙을 것 같고, 삼키자니 목구멍이 아려오는 단단한 진실들.


오늘 당신의 입술이 굳게 닫혀 있다면, 그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화장실 구석에서 홀로 뱉어냈던 그날의 뼈 조각처럼,

언젠가 당신의 말들도 가장 안전한 자리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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