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였다, 떼었다, 다시 붙이는 말

by 전온유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던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항공기에 사용할 만큼 단단하고, 한 번 붙이면 떨어지지 않는 물질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실험 끝에 나온 것은 강력함과는 거리가 먼,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느슨한 물질이었습니다.


실패처럼 보였던 그 ‘느슨함’은 훗날 ‘포스트잇’이 되었습니다.
단단히 고정되지는 않지만, 떼어낸 자리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시 붙을 수 있는 유연한 메모지입니다.


인생은 때로 강력 접착제를 필요로 합니다. 단호한 한마디로 원칙을 세우고, 경계를 분명히 하며, 흔들리지 않는 입장을 고수해야 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평범한 하루는 그보다 훨씬 많은 ‘붙였다 떼었다’의 순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상대의 마음에 강력 접착제처럼 들러붙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건 네가 예민해서 그래", "왜 그렇게밖에 못 해?" 같은 말들입니다. 이런 '강력한' 말들은 빠르고 명확하지만, 관계에는 깊은 흉터를 남기곤 합니다.


반대로 유연한 말은 잠시 머물다 필요할 때 기꺼이 물러설 줄 압니다. "혹시 내가 오해한 걸까요?",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당신은 어땠나요?" 같은 말들입니다. 이 말이 정답이 아닌 것 같으면 조용히 떼어내고, 다른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있는 여지. 관계는 바로 그 작은 여백 위에서 숨을 쉽니다.


내 마음속에 붙어 있는 말들도 살펴봅니다. 누군가 던지고 간 날카로운 문장, 오래 전의 인색한 평가 한 줄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둔 채 평생을 짊어지고 다니지는 않았는지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나는 늘 부족해"라는 문장들 말입니다.


어쩌면 그 말들은 그저 잠시 붙여두었던 메모였을지도 모릅니다. 읽고 나면 미련 없이 떼어내도 되는, 그 자리에 굳이 자국을 남길 필요 없는 스쳐 가는 생각들입니다.


삶은 때때로 강력함을 요구하지만, 관계는 대부분 유연함을 필요로 합니다.

붙였다가, 다시 생각하고, 조심스레 다시 붙여보는 것. 그 사이의 망설임과 여백이 우리를 덜 상처 입히고, 조금 더 오래 곁에 머물게 합니다.


오늘 나는 어떤 말로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고 있을까요.

그리고 내 안의 어떤 말들을 이제 그만 조용히 떼어내도 괜찮을까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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