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다고 믿었던 온도

by 전온유

3월의 달력은 이미 봄을 가리키고 있지만,

공기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일러를 켜기에는 조금 과하고 끄기에는 바닥이 차갑습니다.

그래서 전기방석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 위에 등을 기대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샤워를 하다 등을 보니

붉은 타원형 자국과 작은 물집들.

말로만 듣던 저온화상을 입었네요.


보통 화상이라 하면

뜨거운 불이나 끓는 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저온화상은

뜨겁지 않은 온도에서 생깁니다.

따뜻하다고 느끼는 동안

피부는 천천히 손상됩니다.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문득

찬물 속의 개구리를 천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우리에게 오는 위험은 언제나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떤 위협은 소리 없이, 완만하게 그리고 평범한 얼굴로 우리를 잠식합니다.


불꽃처럼 터져 나오는 폭언은 순간 선명한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우리를 더 오래, 더 깊게 병들게 하는 것은

대개 그런 말이 아닙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싸늘한 반응,

사람의 온기가 거둬진 무심한 표정,

외면보다 더 무거운, 오랫동안 이어지는 침묵.


전혀 뜨겁지 않은 이 미지근한 폭력들이 마음 위에 오래 머물 때

영혼은 천천히 화상을 입습니다.


몸에 저온화상이 있듯,

마음에도 저온화상이 있습니다.

뜨겁지 않아서 늦게 알아차리는 상처, 그래서 더 오래 남는 흔적들.


오늘 내가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온기였는지,

아니면 서서히 마음을 그을리는 낮고 집요한 온도였는지.


우리는 스스로의 말의 온도를 조금 더 예민하게 살피며 살아야 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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