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 말 초보

by 전온유

도로 위에서 뒷유리에 붙은 서툰 글씨의 ‘초보운전’ 스티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솔직한 선언이자, 타인에게 건네는 가장 정중한 양해입니다.

“나는 아직 서툽니다. 그러니 부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흥미로운 점은 사고가 오히려 이 ‘왕초보’ 시절에는 잘 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서툴다는 것을 알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핸들을 잡는 법과 미러를 확인하는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고가 터지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핸들이 손에 익고, 길눈이 밝아졌다고 느끼는 순간,

즉 ‘내가 이제 좀 한다’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입니다.


익숙함은 기본을 건너뛰게 만듭니다.


신호를 대충 확인하고, 깜빡이를 생략하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안전거리의 틈을 파고듭니다.

기술은 숙련되었을지 몰라도 마음의 긴장이 풀린 그 찰나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세상의 많은 기술은 이렇게 초보에서 숙련으로 가는 계단을 밟습니다.

그런데 인생에는 우리가 평생 하면서도 초보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는 영역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말하기입니다.


우리는 한글을 깨치고 문장을 만들 줄 알게 되는 순간, 마치 ‘말하기 면허’를 딴 것처럼 생각합니다.

“나는 원래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야.”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이런 말 뒤에 숨어 상대의 마음을 들이받고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 채 지나가기도 합니다.

도로 위에서는 그렇게 조심스럽던 우리가 언어의 도로 위에서는 무면허 운전자처럼 거침없이 가속 페달을 밟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말하기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충분히 익숙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상황에 맞는 단어를 고르고,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도달할지를 생각하는 일에 있어서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영원한 초보’**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기 전, 가슴에 ‘말하기 초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면 어떨까요?


“제 표현이 서툴러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들어주세요.”


이 겸손한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말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한 번 더 주변을 살피게 될 것입니다.

익숙함에 속아 기본을 건너뛰는 실수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운전이나 말하기나 본질은 비슷합니다.

차선을 분명히 지키고, 속도를 조절하며, 끼어들 때는 깜빡이를 켜고, 차와 차 사이의 안전거리를 지키는 것.

그리고 음주 후에는 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해야 할 말을 분명하게 하되 너무 성급하게 앞질러 말하지 않고,

함부로 상대의 말을 끊지 않으며, 상대와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술을 핑계로 아무 말이나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이 건넨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 안전한 주행이었을까요,

아니면 위태로운 난폭 운전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에게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떼지 말아야 할

‘초보운전’ 스티커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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