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가 없는 것을 우리는 '말랐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물기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물기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죽으면 물기가 없을까요? 아니면 물기가 없어서 죽을까요? 정답이 무엇이든, 물기 없는 존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꼭 심장이 멈추거나 숨이 끊기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죽어 있는 상태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말라 죽겠다"라고 말하곤 하죠. 정서적으로 단절되면, 마음이 말라버려 정말 살아 있어도 죽은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사람은 어디서 물기를 충족할까요?
우리가 말하는 ‘물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채워집니다. 누군가의 관심, 사랑, 칭찬, 격려, 공감, 그리고 배려는 우리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물기입니다. 반면, 무관심, 냉대, 비웃음, 비난은 마치 우리의 수분을 증발시키듯 말라버리게 하죠.
가족과의 관계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나를 말라 죽게 만들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물기를 제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말라 죽었던 나무에서 새싹이...
제게는 오래전부터 강의를 하며 느낀 재미있는 경험이 하나 있어요. 강의 중 쉬는 시간에 교육생들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흡연 구역에 오래전에 말라 죽은 나뭇가지를 꽂아놓은 화분이 있었습니다. "담배꽁초 버리는 곳"이라는 팻말까지 붙여두었죠.
그런데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라 죽었던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겁니다. 교육생들은 그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담배꽁초를 버리고 갔을 뿐인데, 이 나무가 다시 살아난 거죠. 마치 사람들의 말과 존재가 나무에게 물기를 채워준 것처럼요.
우리 관계는 촉촉할까요, 메말랐을까요?
이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기를 제공하는 존재인가요, 아니면 상대의 수분을 앗아가는 존재인가요? 나의 행동과 말이 상대에게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존재인지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나도 누군가에게 물기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상대 역시 내 삶을 촉촉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삶은 얼마나 더 부드럽고 풍요로울까요?
우리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그 사람에게 물기를 제공하고 있나요? 아니면 오히려 메마르게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