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1년 2개월 차.
지금의 회사는 내가 열망해서 선택한 자리가 아닌 주어진 선택지 중 최선이었다.
전업으로 해오던 건축설계를 접고, 미술교육에 올인한 지 만 1년 만에 정리하게 되었다.
“1년 만에 그만하신다고요?”
다들 놀라 되물었다.
들인 시간과 노력, 돈이 적지 않았기에 겨우 1년 만에 접느냐는 반응이었다.
‘나도 잘 될 줄 알았지, 나만 열심히 하면.’
실패 이후, 마침 제안받은 곳이 지금의 회사였다.
이전의 실패와는 별개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혼자만의 패자부활전이라도 치르듯 맡은 일을 넘어서 일을 ‘만들어가며’ 애썼다.
몇 달 후, 팀이 해체되고 같이 일하던 동료는 권고사직, 1년동안 소속 팀이 바뀌는 동시에 담당 임원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운 좋게도 살아남았지만, 무력감이 밀려왔다.
아무리 애써도 알아주는 이 없고, 내 힘만으론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힌다.
진척 없는 반복은 성취도 희망도 갉아먹는다.
일도, 육아도 권태가 올 때가 있다.
아이의 성장은 일보다는 다채롭지만, 그 또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지치는 순간이 있다.
30개월쯤 기저귀를 뗀 아이는 외출 중에도 크게 손 갈 일 없이 잘 해내고 있었다. 세돌이 되고 이제 정말 끝났나 싶었는데, 며칠 전부터 실수가 잦아졌다.
“쉬하자~” 해도 “괜찮아. 쉬 안 나와~” 하며 거부하더니 몇 분 뒤 주르륵.
놀다가 멈칫, 또 주르륵.
반복되는 상황에 남편도 나도 아이에게 타박과 다그침이 늘었다.
“대체 왜 그러냐, 쉬 마렵다 말 좀 해.”
“실수야? 실수 아닌 거 같은데?”
새벽녘, 잠자리에서 지도를 그린 아이가 자다 깨 서럽게 울며 말했다.
“실수예요. 실수했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의 권태가 아이를 눈치 보게 만들었구나.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실수인 거 안다.
다독여 아이를 다시 재우고 쌔근쌔근 잠든 아이를 쓰다듬으며 나에게도 말했다.
괜찮아. 지금은 그런 시기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