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선택이 무거워

by 온아

아이가 자랄수록 선택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단순히 먹고, 입고, 노는 것을 넘어 아이의 기호도 생기고, 그 다음까지 생각하면 뭐 하나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미 실패의 전적도 많고...ㅎ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미숙하니 결국 선택은 부모의 몫.

선배 엄마들은 말한다.
“크면 다 비슷해져. 엄마 편한 대로 해.”
하지만 막상 내 앞에 문제로 닥치면 그리 단순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내 아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가 엄마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결정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오늘 아이에게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2년,
만 세 살이 된 지금, 어린이집을 계속 다닐지 유치원으로 옮길지 고민 중이다.
유치원 설명회는 10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지금부터 전화를 걸어 대기 명단을 올려야 하고, 평일 설명회는 연차를 내야 한다.
일하는 엄마에겐 여간 부담이 아니다.
내 연차는 소중하니 대기 걸 유치원을 고르고 고른다.

문제는 유치원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
국공립, 병설, 사립에다 숲·영어·발도르프·스포츠 등 특화유치원까지.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일반 사립을 생각하지만,
교육철학도 분위기도 제각각이라 결국은 발품을 팔아야 한단다.

현재 어린이집은 여러모로 만족스럽지만 일곱 살까지 보낸다면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세 가지는

하나, 차량 운행이 없다.
친정엄마의 연세를 생각하면 도보 왕복이 부담스럽다. 비 오고 눈 오는 날, 고생하셨던 게 아찔하게 떠오른다.

둘, 시립이라 그런지 행사와 부모 참여가 많다. 좋은 취지인 건 알지만, 각종 준비물과 참여 수업까지.. 가끔은 ‘완벽한 부모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다.

셋, 같은 환경에서 5년을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이의 적응은 괜찮을까 문득 걱정이 든다. 반대로 익숙한 환경이 아이의 정서 안정에는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이 또한 판단이 안선다.

결정장애인 나는, 육아도 어렵다.

내 일조차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고를 때도 온·냉을 망설이는데

내 아이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선택을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결국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데 고민이 길어지는 것도 사치인 줄 안다.

아이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가족 모두가 편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이 과연 있기는 할까.



그럼에도, 나는 내일을 고른다.
오늘도, 내 나름의 최선으로.
아무도 몰라줘도, 나 스스로는 알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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