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지 않아도 괜찮아

관계 속에서 다시 찾은 중심

by 온아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기록

Mission. 한국 사회에서 가족, 친구, 이웃에 관한 의미와 내 삶에 미치는 영향


늘 반짝이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 속의 나는 그저 배경에 머무는 듯했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곁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던 평범함은 이제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관계 속에서 다시 찾은 중심


어려서는 평범한 내가 싫었다. 특별히 주목받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기억될 만한 사람이고 싶었다.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마치 어느 멋진 이야기 중심에 서 있는 반짝이는 주인공 같았다. 그 아이와 함께 다니며 나는 그저 주변인, 혹은 기억되지 않을 엑스트라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은 나를 늘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주변 상황과 감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입사 동기들은 저마다의 특장점으로 빛났고, 동기뿐만 아니라 선후배들은 각자의 개성 뚜렷한 능력으로 상사의 인정을 받으며 앞서 나가는 듯했다. 그 속에서 나는 늘 무언가 부족한 자신을 탓했다.


이미 경쟁을 통해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그들과 같은 리그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비교하며 내 못난 점들만 부각해 보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젊은 날의 나는 누군가에겐 분명 어여쁘고 특별했을 내 모습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목표, 남들과 다른 강점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를 옥죄었다.

건강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보듬으며 성장해야 했지만, 불안은 온전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비교하고 깎아내리며 살던 동안, 어느새 중심을 잃고 정체성마저 무너지고 있음을 깨달은 것은 서른아홉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였다.


지나온 시간과 선택의 결과들로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이제는 나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 새로운 관계가 자리를 잡았다.
가족, 친구, 그리고 내 곁에서 좋은 영향력을 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과연 나는 지금 여기 서 있을 수 있었을까.

혼자서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었던 늪 같은 강박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이들의 존재는 필수였다.

내가 중심으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안도했고,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과 친구, 이웃은 단순한 관계를 넘어선다. 때로는 비좁고 지나치게 가까운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런 끈끈함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대한민국은 행복 순위에서는 늘 하위권을 맴돌지만, 이곳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정서가 바탕이 되어 있다. 치열하고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 주어진 몫을 살아내며 서로에게 기대고,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타지로 멀리 떠났다가도 결국 돌아오고 싶어지는 것은,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집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안다. 나의 정체성은 결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주고, 아껴주고,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함께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살아낼 힘을 주는 온기가 된다.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 이곳, 한국이 좋다.




당신이 꿈꾸는 보통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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