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에 감사하며. 아보하!!

무탈한 하루가 주는 가장 큰 위로

by 온아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기록

Mission. 한국에서의 사람들은 어떻게 꿈과 행복을 발견할까


반짝이는 순간에 매달리던 마음은 이제 무탈한 하루에 머물고 싶어 한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잘 버텨낸 하루가 주는 안도감. 나는 비로소 아주 보통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무탈한 하루가 주는 가장 큰 위로


올해 초, 업무와 관련해 2025년 트렌드 검색을 하다가 눈에 들어온 키워드가 있었다.

"아보하."

처음엔 무슨 뜻인가 싶어 찾아보니,

‘아주 보통의 하루’를 소망하며 건네는 요즘식 인사라 한다. 언뜻 단조롭고 심심해 보이는 이 말이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한때 유행했던 ‘소확행’을 떠올리며 세상이 또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내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저 무탈한 하루를 간절히 바라는 인사로 넘어온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다사다난했던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말이었다.


디저트 하나를 먹더라도 특별한 장소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연출된 모습을 사진에 담아 SNS에 공유하는 일이 흔해졌다. 소소한 행복조차 경쟁처럼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나 또한 그 흐름에 휩쓸려 의미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 과정이 반복될수록 점점 지쳐갔다.

잘 꾸며진, 사는 게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 대비 나의 일상이 초라해 보였고, 나도 그들처럼 행복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스스로를 옥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의 모임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친구를 궁금해하는 물음에 "○○은 잘 사는 거 같던데?"라고 무심코 던진 답에 다른 친구의 얼굴이 일순간 흐려졌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었던 그 친구는 최근 이혼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다. 그제야 오랜 시간 안부를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살고 있구나 안도함을 넘어 부러운 마음에 안부 묻기를 기피했다.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서야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밀려오며, 문득 SNS 속 반짝이는 순간들이 진정한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끊임없이 비교하며 허상을 좇는 동안 정작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말로 정의 못할 이중적인 감정에 불편함을 겪고서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한걸음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20대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힘들고 고단함이, 꿈에 다다르기 위해 당연히 동반되는 시련임을 강조하며 열정페이 또한 그 일환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청춘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삶이 버겁고 힘들면 아프다.

그러니 아프면 당연하다 버텨라가 아니라 많이 아픈지 묻고 쉬어가거나 천천히 가도 된다는 걱정과 위로가 우선이었어야 한다.


세상에는 때때로 단순하게 정의 내리면 안 되는 복잡한 문제들이 끼어들곤 한다. 행복을 좇느라,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쁘게 달리느라,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들을 그렇게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행복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성취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코 아픔의 끝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며,

늘 충만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는 내 하루를 스스로 응원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함을 안다.

‘굳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를 잘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기특하다.’


더 이상 거창하거나 눈에 띄는 방식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하루’를 통해 발견하고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조급했던 이전과 달리, 요즘의 나는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주말에 아이와 신나게 웃고 노는 시간이 즐겁고,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정신없이 바쁜와중에도 가족과 지인들의 생일을 챙기고 안부를 묻는다.

어쩌면 나처럼, 지금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꿈과 행복’이라는 거대한 목표보다, 문제없이 무탈한 일상의 고마움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우리가 온전히 살아내야 할 시간이다.


그러니 오늘도 누군가에게 ‘아보하’를 건네고 싶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바란다는 그 인사가, 지금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테니.




당신이 꿈꾸는 보통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 에필로그 ]


아주 보통의 하루를 꿈꾸며, 그 끝에서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싶었다.
늘 비교하며 살아온 시간,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한국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버텨온 삶. 그 모든 것들을 글로 옮기는 일은 때로는 솔직한 고백이었고, 때로는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돌이켜보니 글은 늘 나를 현재로 이끌었다.


주변인 같아 초라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도, 워킹맘으로서의 무력감도, 결국은 나를 단단히 서게 한 토양이었다.

시장 골목의 분주한 삶 속에서, 가족과 나누는 밥심의 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꿈이 멀게만 느껴져도, 무탈한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
‘아주 보통의 하루’가 사실은 누구에게나 가장 특별한 하루라는 것을.


이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소박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아보하. 당신의 오늘이 아주 보통의 하루이기를.”

그 하루가 무너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소박한 기도가 내일의 우리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저의 첫 번째 브런치북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