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린이가 되고픈 어른이

by 온아
서른을 넘기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마흔이 되면 단단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아무 일에도 쉽게 휘청거리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밤새 뒤척인다.
아마 나는 평생 이렇게 철없는 마음을 달래 가며 살 테지. 그래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먼저 해주고 싶었다.


밤 열 시. 세 살 아이는 이만 잠들어야 할 시간.
"자기 싫어~ 더 놀 거라고."

"이제 자야 해. 그래야 어린이집도 가고 엄마는 회사에 가야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작은 팔로 내 목을 끌어안으며 회사가지 말라고 매달린다. 볼이 내 목덜미에 닿아 따뜻한 숨이 번지고 눈물에 젖어듬이 느껴진다. 아.. 나도 울고 싶다.

엄마도 회사 가기 싫어어어~ 엉엉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어렵다. 일에 대한 열정도, 직업의식도 흐려지고 무뎌져 엄마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다 설명하자니 한 음 절조차 목구멍을 넘어오지 않는다. 그냥 가야만 한다고 하면 작은 머리로 납득되지 않아 얼마나 더 서러워할까. 돈을 벌어야 해서 간다는 말은 사랑이 조건처럼 들릴까 두렵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아이만큼 어릴 적에도 그랬을까. 엄마에게 가지 말라고 울며 매달렸던 적이 있었나.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아이는 될 수 없었다. 너무 일찍 현실을 알았고, 너무 일찍 체념했다. 그래서 내가 일찍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늦깎이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없는 어른이구나. 내 나이 마흔둘. 칠순이 된 엄마 앞에서 회사 가기 싫다고 울어도 될까. 아, 이미 수없이 울었지.

아이를 낳고 나는 다시 어려졌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처음인 모든 것들이 서럽고 어렵고 힘들다.

그런 나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어른이 된 어린이도 울어도 괜찮아.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어린이인걸 인정하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