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싫어별에서 온 아이

by 온아

“싫어.”


무슨 말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같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아이의 말버릇. 2~4세 아이들의 특징이라기에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우리 아이는 18개월쯤부터였던 것 같다.
뭘 물어봐도 무조건

“싫어.”
한참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런데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어지르고도 곧잘 정리하던 아이는 사라지고, “정리하자” 하면 난장판 위로 “싫어!”만 남긴 채 도망친다.

밥 먹자는 말에도, 좋아하는 물놀이 앞에서도 “싫어.”

“엄마도 싫어?”
“싫어!!”
이젠 이름만 불러도 싫단다.

청개구리병까지 겹친 요즘,

쥐어박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로는 안다. 이 모든 게 발달 과정이라는 걸.
하지만 내 정신은 너덜너덜해진다.

어른이인 나의 소심한 복수.
“엄마도 싫어. 메롱~”
앗, 실수했다. 언제 적 메롱 이람.

“메롱? 메~롱? 메롱이 뭐예요? 엄마 웃겨~ 하하하.”
그리고 시작됐다.
“싫어. 메~롱.”

아이의 우주에는 오늘도 새로운 단어가 떠오른다.
넌 정말, 어느 별에서 온 거니.

오늘도 아이는 싫다고 외치고, 내 영혼은 또 가출한다.

"싫어"는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한 아이의 표현법이란다. 나도 감정조절능력 부족인 거 같은데 내일 회사에서 부장님이 부르면, “싫어요.” 해볼까.


어른이도 가끔은, 무지성으로 "싫어"라고 외치고 싶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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