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진열될 수 있나요?

나는 행복을 사러 코펜하겐에 갔다

by 온빛

덴마크 코펜하겐은 가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도시였다. 바로, Happiness Museum. 행복박물관에 가보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행복추구형 인간'이라 생각하는데, 뭔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항상 묻는다. "이걸 하면 내가 더 행복할까?"


행복박물관을 처음 알게 된 건 토론토에 살 때였다. 그때 자주 들르던 인디고 서점에서였다. 딱히 책을 사러 간 건 아니고, 여기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베스트셀러는 뭘까, 슬쩍 트렌드를 엿보는 게 나름의 취미였다. 백화점 몇 바퀴 돌면 이번 시즌 유행이 보이듯, 서점도 그런 맛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 파란색 표지에 하얀 글씨가 쓰인 『The Little Book of Hygge』가 눈에 띄었다. 덴마크식 소소한 행복을 말하는 책. 영어가 유창한 편은 아니라 처음엔 지나쳤지만, 결국 덜컥 사버렸다. 다행히 덴마크 사람이 쓴 영어책이라 그런지 단어도 쉬웠고 내용도 따뜻했다. 그날은 날씨도 좋아서 책을 들고 공원으로 나갔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초록 잔디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듣던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휘게'라는 단어가 주는 아늑함. 그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햇살처럼 반짝인다.


책의 작가는 덴마크의 행복연구소 소장이었고, 코펜하겐에 행복박물관까지 만든다고 했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코펜하겐에 가면,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행복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은 무의식 속에 저장되었다가 몇 년 후 여름, 노르웨이 여행을 계획하던 중 문득 다시 떠올랐다. 북유럽을 가는데, 근처니까 코펜하겐도 들르자. 그렇게 행복 박물관을 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코펜하겐은 기대 이상이었다. 세련되고 깔끔하며 여름에는 청량한 도시였다. 공중 화장실도 디자인이 멋져서 감탄했는데,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다. 니하운의 술집이 많은 공용 화장실이었는데, 거기서 "와... 여긴 진짜 선진국이다" 하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 하나에 이토록 감탄한 내가 스스로도 좀 우스웠지만, 청결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그 공간은 충격적일 만큼 인상 깊었다.


드디어 행복 박물관에 도착했을 땐, 약간의 떨림까지 있었다. 하지만 입구는 예상보다 소박했다. 크지 않은 공간의 입구에는 작가의 책들이 판매되고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포스트잇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한 순간을 적은 것들이었다.



전시 내용은 다양했지만 전반적으로 작은 공간을 알차게 꾸며 놓았다는 느낌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솔직히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그 공간을 느껴보려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지금 이 감정이 행복일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떠올렸다.



그러나 다시 출구로 나와 책 코너를 지나며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책 한 권조차 손에 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여름 햇살 가득한 거리를 다시 걸었다. 마음엔 묘한 혼란이 스몄다.



'행복이... 마케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탑승 게이트 근처 서점에 작가의 책이 한가득 쌓여 있었고, 덴마크는 다시 한번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그 말이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나는 진짜 착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광고하는 걸 들었을 때처럼. 순간, 행복이 아니라 약간 불편한 정적이 내 안에 흘렀다. 나는 코펜하겐 여행 중 곳곳에 널린 Meik Wiking 작가의 책을 몇 번이나 살까 망설였다. 그러다 공항에서 덴마크를 떠나기 전, 어쩌면 그 책을 펼치면 예전에 토론토 공원에서 느꼈던 그 따뜻한 평온함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결국 딱 한 권의 책을 구매했다.『The little book of lykke』- 'lykke'는 '행복'이라는 덴마크어다.


내가 기대했던 그 감정, 마음 깊이 따뜻해지는 행복은… 코펜하겐에서 끝내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도시에 실망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코펜하겐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여전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붙들고 사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줬다.


왜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이토록 끌리는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결국 어디에 있든, 누가 함께 있든,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행복'이라는 말에 설렌다. 딱 두 글자인데,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때로는 다 읽지도 않은 책 한 권이, 때로는 카페 유리창 너머로 스며든 분홍빛 노을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저녁 공기의 온도가 나를 괜히 웃게 만들기도 하니까. 아니면 그냥, 길에서 개가 나를 보고 웃었을 때도 가끔 그렇다.


행복이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마음 깊이 '행복'을 좇는다. 아마 진짜 행복은 특정한 장소나 순간이 아닌, 그걸 찾아 나서는 내 마음의 방향에 있는 것 아닐까. 결국 내가 믿는 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오늘도 기꺼이 행복주의자로 살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