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은 울고 나는 반짝인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언제 실감할까?
거울 속 주름?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나는 뜻밖에도 액세서리 취향에서 나이를 느꼈다.
30살까지 나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를 만들며 프리마켓에 나가던 사람이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에요~”라며 유니크함에 취해 있던 시절.
손끝으로 비즈를 꿰며 나만의 반짝임을 만들던 그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원석 팔찌를 산다.
“혈액순환에 좋아요”라는 말에 혹해 자석 발찌까지 들였다.
과학이든 미신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불안할 때 팔찌를 차면 마음이 편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고른 원석들을 보자.
하울라이트 : 불면 완화, 내 불안 진정제.
로도나이트 : ‘상처 치유의 돌.’ 감정 응급처치 키트.
모스 아가트 : 성장과 긍정의 상징. 초록빛 숲길 같은 위안.
라피스 라줄리 : 지혜와 진실. 차고 있으면 왠지 말이 또렷해지는 느낌.
정리하자면 내 상태는 이렇다.
우울, 불안, 불면, 상처… 그리고 긍정, 치유, 마지막엔 지혜.
원석은 장식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불안을 달래고, 작은 희망을 일으켜주는 조용한 상담사였다.
그러다 결국 나는 금으로 향했다. 실버로는 더 이상 충족이 안 됐다. 14K에서 18K로, “이왕이면 더 반짝이는 걸로.”
왜냐고? 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몸에 지닐 수 있다. 샤워, 수면 OK. 사실상 문신 액세서리.
재테크다. 급하면 현금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비상금.
부적이다. 오래전부터 금은 재물과 복의 상징. 차고 다니면 괜히 든든하다.
결론: 금은 안정·보호·가치를 다 가진 완전체. 단, 내 통장은 눈물 난다.
그러다 처음으로 금반지를 사러 금방 거리에 갔다. 친구와 함께라서 가능했다.
유리창 너머에서 직원들의 눈빛이 날아왔다. 1초의 교환만으로 “손님 포착 완료”가 전해졌다.
이어지는 호객행위. “반지 보러 오셨어요?” “팔찌도 보실래요?” 발걸음이 묶이는 순간, 마치 미로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여러 매장을 돌며 비교했지만, 사실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단 하나가 달랐다.
주인분이 금을 저울에 올려 함량을 직접 보여줬다는 것. 그 순간 확신이 들었다. “여긴 믿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반지를 샀다. 반쯤은 액세서리, 반쯤은 재테크. 마치 첫 주식 매수처럼 설레고 긴장됐다.
그리고 평일에 무려 4시간을 기다려 입장한 C브랜드 매장. 명품 매장은 처음이라 화장과 가방에 힘을 줬는데… 들어가 보니 결론은 단순했다.
돈만 있으면 된다!
목걸이를 장만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더 이상 다른 액세서리는 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 쌓인 잡다한 액세서리들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나, 이제 양보다 질이야.” 선언하는 기분이었다.
액세서리를 통해 알게 된 건 이것이다.
어릴 때의 나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처럼 순간의 반짝임을 좇았다.
지금의 나는 원석 팔찌처럼 안정과 치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는 금목걸이처럼 오래 두고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걸 찾는다.
언젠가는 엄마들처럼 굵직한 24K 샛노란 목걸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며 말할 것이다.
“야, 네가 결국 여기까지 금 덕후 될 줄 알았냐?”
액세서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핸드메이드에서 시작해, 원석을 거쳐, 금까지 왔다. 그 여정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든 기록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또 다른 반짝임을 찾을 것이다.
다음은 아마… 팔찌 차례. 내 통장은 이미 깊은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