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무대에서 다시 만난 웃음의 힘
웃음 하나가 주말 내내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금요일 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웃고 또 웃던 순간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이어졌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이었는데도, 마음이 괜히 가벼웠다.
무대 위 첫 캐릭터는 강렬했다. 빨간 등대에 갈매기 머리핀, 그리고 개그 시작을 알리던 뱃고동 소리. 순간 관객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는데, 나는 그 안에서 부산을 보았다. 바다와 항구, 이 도시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직설적으로 “부산 대표”를 들이미는 게 웃기기도 했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정겹고 시원했다.
올해 개막식은 특히 달랐다. 늘 야외에서 열리던 공연이 처음으로 실내에서 펼쳐진 것이다. 울림 좋은 공간 덕분에 개그맨들의 발성과 표정은 훨씬 또렷했고, 소리는 벽을 타고 퍼지며 뮤지컬 공연처럼 다가왔다. 바닷바람 대신 공조기의 바람을 맞으며 웃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정중앙 두 번째 줄에 앉아 있었다. 흰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개그맨들과 눈이 자꾸 마주쳤다. 처음에는 괜히 당황해 시선을 피했지만, 곧 무대의 에너지가 나를 끌어당겼다. 의식적인 웃음이 어느새 진짜 웃음으로 바뀌었고, 나는 혼자서 ‘리액션 담당’이 된 듯 무대와 호흡했다. 그날 내 표정이 공연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무대 위 개그맨들은 단순히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발성은 뮤지컬 배우처럼 힘이 있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객석 끝까지 명료하게 닿았다. 웃음 뒤에는 철저한 훈련과 내공이 있었다. 김영희는 대본도 없이 관객의 고민을 듣고 즉석에서 답하며 웃음을 만들었는데, 그 즉흥성에서 개그가 삶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걸 배웠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도 개그맨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김준호 회장을 비롯해 모두가 자리에 남아 끝까지 공연을 지켜봤다. 관객과 무대가 함께 축제를 완성한다는 사실이 눈앞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여운은 금요일 밤을 넘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웃음은 단지 한순간의 해프닝이 아니었다. 파도처럼 밀려와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 물결처럼 사라졌다가도 다시 돌아와 귓가에 잔잔히 머물렀다.
웃음은 공연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웃음은 삶을 물들이는 가장 잔잔한 파도다. 결국 삶은 복잡할지라도,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많이 웃으며 살자.
치킨 먹고 떡볶이도 먹고 찜닭도 먹으며, 남들의 행동에 굳이 의미를 두지 않고 대충 살아가는 게 행복이다. -이명화(랄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