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릭 요거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내가 식당을 차린다면?”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그리스 음식점!
그리스 음식을 못 먹은 지 오래됐다. ‘없어도 살 수 있지’ 했지만, 검색해 보니 내 주변엔 역시나 식당이 없었다. 그 허전함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다.
토론토에서 잠시 묵었던 에어비앤비가 하필이면 그리스 마을 한복판이었다.
파란색과 흰색 간판, 테라스마다 넘치던 웃음소리, 빵 굽는 냄새와 숯불 향기. 그 풍경 속을 혼자 걸으며 “이건 꼭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느낀 설렘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 거리에서 그리스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1. 타파네이드(Tapenade)
잘게 빻은 올리브와 올리브오일. 빵에 찍는 순간 밋밋한 맛이 살아난다. 거무스름한 소스가 짭짤하게 퍼지며 고소한 향이 코끝까지 올라온다. 한국식으로 치면 ‘올리브 장아찌 무침’ 같은 느낌이다.
2. 그리스 샐러드(Horiatiki)
토마토 빨강, 오이 초록, 페타치즈 하양, 올리브 검정. 접시 하나가 색의 축제였다. 오이가 아삭 부서지는 소리, 토마토의 즙이 터지는 순간, 페타치즈의 짭짤함이 모두 어울려 신선함이 확 터졌다.
3. 칼라마리(Kalamarakia)
오징어튀김. 한국 분식집 메뉴 같지만, 한입 베어 물면 바삭거림과 쫄깃함이 동시에 온다. 레몬즙을 뿌리면 기름진 맛이 싹 잡히며 상쾌한 향이 입안에 맴돈다. 한국에서는 가볍게 먹지만, 그리스에서는 당당히 메인 요리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4. 차지키(Tzatziki)
요거트, 오이, 마늘, 허브의 조합. 고기와 빵의 느끼함을 단번에 지운다. 백김치 국물처럼 산뜻한데, 훨씬 더 부드럽다. 마늘 향이 은근히 남아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한다. 퍼먹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아야 했다.
맛있는데 왜 우리 동네에는 없을까?
재료 수입 → 원가 폭탄
한국인 입맛에 낯선 심심함 → 첫 장벽
건강식 자리는 이미 이탈리안이 선점
그럼에도 최소한 그릭 요거트는 전국을 이미 휩쓸었다. 이제는 샐러드, 칼라마리, 차지키 같은 메뉴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식당을 차린다면, 당연히 파란색과 흰색. 산토리니 색상 규정 준수다.
벽에는 맘마미아 영상이 흘러나오고, 테이블 위엔 알록달록한 음식, 손님은 포크보다 카메라를 먼저 든다.
그리고 나는 첫 단골이 되어 맨 앞 창가에 앉아 있을 거다.
왜냐고? 식당을 차린다고 상상만 하고, 실제로는 운영할 용기는 없으니까...
사업은 누군가 해주시고, 나는 충실하게 출근 도장 찍는 전속 단골을 맡겠다.
사실 언젠가는 꼭 그리스에 가보고 싶다. 최근 지진 이슈 때문에 미뤘지만, 언젠가는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 사이에서 이 음식을 다시 맛볼 날을 기다린다.
여행을 떠올릴 때 풍경보다 먼저 생각나는 건 음식이다. 그리스 음식은 내게 추억이자, 다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신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 식당 차릴 계획 있으신가요?
그리스 식당 열어주시면 저는 첫 단골 예약입니다.
맨 앞 창가로 부탁드리고, 사장님… 서비스로 바클라바 하나 얹어주시면 매일 출근 도장 찍겠습니다.
#사진
썸네일, 바클라바: 픽사베이
나머지: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