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만 주면 사랑해 줄게

코코코 코알라의 단순한 행복

by 온빛

코알라를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그땐 늘 자고 있었다. 아니, 너무 자서 본 기억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이번엔 달랐다. 동물원에 추가 돈을 내고 코알라와 사진을 찍었다. 손으로 코알라의 등을 쓰다듬을 수 있었는데, 그 순간 나는 코알라와 사랑에 빠졌다. 털이 부드럽고, 미묘하게 따뜻했다. 그날 이후 내 세상의 중심은 코알라였다.


코알라는 상상 이상으로 개성 강한 존재였다. 신선하지 않은 유칼립투스는 집어던진다. 나무 사이를 갑자기 점프할 때는 민첩하고, 다음 순간엔 둥글게 웅크려 잠든다. 사람이 잔뜩 둘러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 속에서 낮잠을 잔다. 사육사 팔에 매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기였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단 하나.


“집으로 데려가고 싶다.”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매일 신선한 유칼립투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정말 한 마리 키우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며 깨달았다. 내 가방엔 코알라가 이미 들어 있었다. 엽서, 인형, 키링, 가방, 파우치, 식탁보, 심지어 작가의 그림까지. 코알라 박람회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이제 누군가가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할 거다.


"코알라요. 유칼립투스만 있으면 세상 걱정 없는 존재요."


나는 원래 동물을 좋아한다. 말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예의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을 대할 때처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중에서도 코알라는 최고다. 까탈스럽지만 귀엽고, 느리지만 단호하다. 신선하지 않으면 던지고, 졸리면 잔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알고 보니 ‘코알라’라는 이름은 원주민어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몇 년 전 큰 산불이 났을 때, 코알라들이 이름과는 다르게 물을 마셨다고 했다. 살겠다고 물을 마시는 모습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까탈스러움마저 생존 본능이라면, 그건 멋진 완벽주의 아닐까.


오늘 하루도 코알라처럼 느긋하게 살고 싶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코알라 생각을 하며 잠들 준비를 해야지. 내 꿈속에는 꼭 한 마리쯤 나타나길 바란다.


신선한 유칼립투스를 들고 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그 느긋한 사랑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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