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앞에서

남반구의 밤하늘

by 온빛

https://youtu.be/2fKmtgIseZE?si=3Nn4R7fSR-SZ7EwO

어딘지도 모를 낭떠러지에 난 떨어졌고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괜찮다. 무너지지 않았고, 일상을 잘 살아냈다. 다만, 비어있을 뿐.


내 인생의 목표가 뭐였는지 희미해졌다. 이대로 나이 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구나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울루루에 있었다.


밤이 되자 가이드가 하늘을 칠판처럼 사용했다. 손가락으로 별자리를 그으며 설명했다. 길을 잃었을 때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 법, 별과 얽힌 신화들.


54808773933_efac1c7f1f_k.jpg

“궁수자리요. 크리스마스트리 같죠?” 정말 그랬다. 토성이 또렷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매일 보는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나. 셀 수가 없었다. 세다가 포기했다. 하늘이 아니라 별들이었다. 별과 별 사이에 하늘이 조금 보이는 정도.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이는 하늘. 하늘은 넓었고, 별은 끝없이 많았다.


우주에서 보면 나는 얼마나 작을까. 목표를 잃었다고 불안해하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어있다고 말하는 이 인간이. 저 수많은 별들 앞에서 얼마나 작은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워졌다. 내 고민도, 불안도, 이 빈 마음도, 저 우주 앞에선 먼지만큼 작았다. 그게 무슨 위로가 되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랬다. 내가 작다는 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54469346464_e219f200d8_k.jpg


몇 날 몇 년을 걸어도
어둠투성이였었던 지난날 지나
아주 조금씩 밝아오더니


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서 반짝이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더 빛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빛만 있으면 괜찮은 걸까. 저 별들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수천 년 전부터, 지금도, 아마 내가 사라진 뒤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빛나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별을 보고 있는데, 붉은빛이 수평선 너머에서 서서히 올라왔다. 달이었다.


54772859025_5b057ffdcd_k.jpg


눈이 부셔서 걸음을 멈춰 버린 지금


달이 해처럼 뜬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달도 저렇게 붉은색으로, 천천히 떠오르는구나. 그리고 달이 뜨자 달빛으로 별들이 흐려졌다.


달도 빛이고, 별도 빛인데. 달이 너무 밝으면 별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무언가의 빛이 너무 밝아서, 내 빛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이제 그 빛이 흐려지고 나니, 나는 내 빛을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빛나야 하는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근데 별들은 그냥 거기 있었다. 달이 떠도, 달이 져도. 보이든 안 보이든. 그냥 빛나고 있었다.


울루루에서 돌아온 뒤, 누군가 물었다. “여행 어땠어?” “충전됐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담았는지, 상대는 몰랐을 것이다. 나도 그 순간엔 다 설명할 수 없었다.


54784436415_34adb017b0_k (1).jpg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다다른 것 같아
수많은 별들 앞에


다만 이것만은 알았다. 내가 방전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조금은 채워졌다는 것.


여전히 내 목표가 뭔지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비어있는 느낌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빛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냥 거기 있으면 된다는 것. 작아도 괜찮다는 것. 달이 떠서 잠시 보이지 않아도,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것.


내가 매일 보는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


54219775275_a5322c6883_k.jpg


오랫동안 꿈꾼 이 순간
영원을 바란다
수많은 별들과 함께


나는 아직 길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고개를 들면, 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어딘가에서, 이미 빛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울루루에서의 하룻밤은, 내게 별을 돌려준 시간이었다.






출처

-음악: DAY6 <별들 앞에서>

-사진: 울루루 별 관측 투어 제공 이미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