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벼리 Jun 29. 2021

스토어를 접기로 했다

돌이켜 나의 길을 찾아가기

반갑지 않은 투정

주말이라고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는 아침이다. 어제 퇴근하자마자 자기 방문을 굳게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던 남편은 나와 마주치자 엄살을 부린다.


"나 허리 아파"


눈을 한번 쳐다보고 그의 눈빛을 읽는다.

무언가 투정을 부리고 싶고 대화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한마디 대답도 하지 않고 이내 눈을 돌려 내 할 일을 한다.


아침 밥상에서 한마디 이야기도 주고받지 않는다. 그저 작은 아이가 하는 질문에 적당히 대꾸만 해 줄 뿐이다.




남편은 어제 아침에 자신의 치열한 회사 생활에 아침부터 끌어 오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출근 전부터 


'나 회사에 가면 다 죽었어'


그는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한 아궁이에 풀무질을 하며 화낼 준비를 하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표정이 굳어가고 있었다.


왜 그런지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일들을 다 설명하기   그저 잔뜩 화가 나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눈빛과 표정으로 화를 뿜어내고 있었다.


화를 낸다는 것은 무언가를 당연하게 생각할  많이 생긴다고 느꼈기에 나에게 당연한 것이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될 때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던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화가  난다고 한마디를 했다가 그만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겨우 한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그만하라는 그의 말에 나는 입도 닫고 마음도 닫아 버렸다. 안쓰럽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갔다. 


'또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부드러움과 포악함을 동시에 지닌 그라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기에 한마디 말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멈출 수 없는 경주

그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7년이 넘었다. 

이제 조금 안정권에 들어갔다 싶었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그저 잔잔한 바다를 만나면 좋으련만 바다는 늘 출렁이며 때로는 망망대해에서 폭풍도 만나고, 한 배 안에서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함께 조업하던 다른 배들에게 그물과 고기를 빼앗기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제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그만둘 수도 없다. 그렇게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남편은 무식하다 말할 정도로 한 가지만 한다. 한 가지 일을 오래 버티다 보면 언제 가는 살 길이 열리기도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정말 쑥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오랜 시간을 버티던 곰과 같은 그는 무식하게 버텨나간다. 

그리고, 작은 실바람에도 살랑이는 감성 덩어리인 나는 그 옆에서 죽지 못하고 가정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죽을힘을 다해 버텨왔다.

요즘은  다른 폭풍을 만난 듯이 온몸으로 분노와 스트레스를 뿜으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휴식이 아닌 최소한의 충전이 끝나면 전쟁터로 뛰어나간다.





또 다른 정글

나는 최근 사업을 하는 그를 조금 이나마 이해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스토어를 열면서  달가량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을 만큼 몰입하여 일을 준비했다. 

비대면 시대로 온라인에서 해결되는 것 들도 많고 집에서 사업자 신청  서류 작업도 마치고 스토어 개설을 하고, 스토어명을 구상하고, 로고를 만들고, 판매할 분야를 알아보고, 거래처를 물색하고, 판매할 건 하나하나를 마진을 따져 상품을 고르고, 상품 상세 페이지 제작을 위해 샘플도 주문해서 사진도 찍고 상세 페이지 작업에서 동영상 편집까지 해서 제품도 올리고 광고도 걸었다. 준비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고 또 공부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중간에 포기하지도 않았 어렵다고 징징대지도 않았다.


인터넷 쇼핑은 정말 치열한 세상이었다. 


도매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주지 않으려 하고, 최소한의 마진도 남지 않는 금액으로 공급을 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고 소매와 도매를 같이 하면서 소매업자 뒤통수를 치는 업체들도 많았다. 

직접 수입을 하자니 재고로 인해 많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망해나가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고 수입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님을 알고 나니 손해보지 않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 헤매고 헤매야했다.


소매업체들끼리는 서로 가격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으며 같이 망해나가는 치열한 쇼핑의 정글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보리라 경쟁을 피하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온갖 생각에 밤늦게 잠들어 서도 나는 사업 문제로 머리가 아파야 했다.


이런 시간들로 매일같이 머리 아팠을 텐데 아직도 버티고 있는 남편이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일이랍시고 가족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몰입하고 오히려 분노을 가정에서 표출하기도 하는 그가 또 한편으로는 야속하고 이해는커녕 포기하는 일도 힘에 겹다.




좋아하는 것

어릴 적 할머니 방 한편에 누워있노라면 눈에 들어 오는 러운 그림 벽지에 반복되는 무늬들이 너무 싫고,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겨웠다. 지겨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 가지를 오래 하지 않고 다양한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포기하는 걸 또 죽어라 싫어한다. 끝장을 볼 때까지 몸이 부서져라 바들바들 떨면서도 끝까지 가려고 하는 끈질김이 있기에 포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버텨낼 세상이 아니라고.


아침에 동대문 시장에 가서 거래처를 뚫고, 물건의 가격도 흥정해보고, 오랜 시간 버티거나 살아남았을 때 승산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해 보려 했다. 아니면 글쓰기를 시작해 볼까?  가지를 저울질하다가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어릴  나는 글짓기로 칭찬이나 상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


'나는 오늘 뭐하고 뭐했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끝' 


대충 이런 식의 성의 없는 단순 반복하는 일괄적인 표현만 난무하는 일기를  글쓰기에 관심도 성의도 없는 아이였다. 

물론 책을 읽는 것도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싫어했다기보다는 글의 재미를 몰랐던  같다.


지금은 서점에 가면 가슴이 뛴다. 온종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해도 즐겁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많이 읽을 시간은 없어도 책을 사랑하고  집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는  보면 어릴  분명 그 재미를 몰랐을 것이지 싫어했던  아닌 듯하다.


" 내가 좋아하는  해야지! "




나에게로의 방향 전환

예전에 남편의 외삼촌을 만났을 때 초면에 나를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이라 점괘나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의 관상을 보고 이야기했겠지만 나는 나를 잘 아니까.


스토어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강사가 네 가지 질문을 했다


1. 똥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다면 주울 것인가?

2.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참고 웃을 수 있는가?

3. 인간관계와 행복한 여가를 위해 돈을 버는가? 혹은 관계와 여가보다 돈이 우선되는가?

4. 혼나야 움직이는 사람인가. 칭찬받아야 움직이는 사람인가? 고객의 짜증 섞인 컴플레인에도 지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가?


내 대답은 모두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질문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할 것인가 아니면 돈 되는 분야를 할 것인가를 선택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들을 새롭게 들여본다. 그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아침을 먹고 책상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다.


나는 치열한 세상에서  발짝 씩 발을 빼고 안도의 한 숨을 내 쉰다. 


'후휴~ 살았다.'


나는 나와의 사투를 벌였었나 보다. 마음으로 머릿속에서 수없이 맴돌며 정리되지 않던 많은 이야기 들을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어가며 실타래를 풀어가듯 글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어쩔  없지... 아니면 그냥 내가 됐다 할 때까지 해보자'


그래도 내가 즐거워하는  일거라고 마음을 다독여 본다.


치열한 삶은 그에게 미뤄두고 나는 나와의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