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복고'에 대하여
10월 5일, 샤이니 정규 5집이 발표됐다.
정확히 11시에 음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피곤한 탓에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 날 아침, "샤이니 신곡 들어봐!" 소리에 졸린 눈을 부비부비하고선 멍하니 1 of 1 뮤비를 봤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복고'라는 컨셉임을 알았을 땐 조금 걱정했었고, 한정판 테이프 판매 등 SM다운 잼난 마케팅을 보곤 그래도 '뭔가 있을꺼야!' 라며 희망차했지만.... 뮤비를 끝까지 다 보고 난 후의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지만 이해가 되는 앨범이다. 여행 중 1 of 1을 위주로 몇몇 곡을 돌려 듣고, 여행에 돌아와 음악방송 무대를 찾아보고, 리뷰를 써야겠다 마음을 먹고서는 앨범 전체곡들을 4-5번 플레이했다. 노래를 계속 들을수록 이해의 범위(?)가 넓어졌다. 적어도 이 앨범이 나오게 된 개연성이 없지는 않구나. 이 시점에, 이런 컨셉에, 이런 곡들을 들고 나온 이유가 일면 이해가 갔다. 이 앨범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의 실망감은 앨범을 계속 플레이 할 수록 점차 줄어들기는 했다. (사실 팬심으로 듣다보니 점점 좋아지기도 한다....>_<)
하지만 그럼에도 묻고 싶다. 정말 '이 시점에' 샤이니에게 복고가 맞았냐고. 정규 1집 '누난 너무 예뻐'로 산뜻한 아이돌의 포지셔닝 - 칼군무 퍼포먼스의 시작을 보여준 정규 2집 루시퍼 - 샤이니라는 그룹만의 색깔을 만들어낸 탄탄한 서사와 기획의 3집 The Misconceptions of U, ME, US 시리즈 - 한껏 힘을 뺀 트렌디함으로 리프레쉬한 4집 ODD 까지, 완벽한 흐름이었다. 이제 대중들은 샤이니하면 '쉴틈없이 몰아치는 칼군무를 추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라이브를 보여주는 믿고 듣는(+보는) 그룹'이라고 단번에 떠올렸고, 4집 VIEW를 통해 세련됨과 트렌디한 이미지까지 가져가면서, 벌써 9년차(!) 아이돌임에도 롱런할 수 있는 리프레쉬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바로 그 시점에 '복고'가 맞았냐는 것이다.
'복고' 컨셉은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은 있지만 샤이니가 가진 강점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SWOT으로 치면, O랑 T는 있는데 S와 W는 빠진 전략이다.) 앞서 이 앨범이 나온 개연성이 있다고 한 이유는 바로 시장 상황에 있다. 샤이니는 9년차 그룹이다. 아직도 세련됨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어리고 풋풋한 그룹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 것이 현실이기에 어린 팬층은 지속 이탈할 수밖에 없다. 세련됨을 유지하면서도 샤이니가 살아남기 위해선 대중적인 그룹으로 정점을 빡! 찍어야 한다. 바로 10년차 빅뱅처럼말이다. 전 연령층에서 좋아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과 색깔로 팬 층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귀에 더 익고, 편안하고, 전 연령층이 이지 리스닝 할 수 있는 그런 노래들.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최근 응답하라 시리즈, 토토가, 90년대 그룹의 재결합 등의 상황이 보인다. 이렇게 위기의 상황과 기회로 보이는 시장상황이 만나 '복고'라는 전략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한번 더 힘을 뺀 세련된 컨셉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타깃'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우선 현재 타깃의 니즈, 즉 대중이 샤이니라는 그룹으로부터 보고싶은 모습이 바로 힘을 뺀 세련된 컨셉이다. 최근 남자 그룹들을 보면 박력넘치는 파워풀한 그룹 혹은 교복을 아직 입었을 것 같은 완전 산뜻한 그룹, 아니면 힙합힙합한 YG 풍으로 나뉜다. 남자 그룹으로서 스타일리쉬한 세련됨을 갖췄다는 건 샤이니가 가진 독보적인 색깔, 강점이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샤이니라는 그룹으로부터 바로 그 모습을 보고싶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케이팝 전체의 퀄리티는 한 단계 올라갔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러면서 그 그룹이 그 그룹같은 차별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함께 보여지지만) SM이 그동안 샤이니, 에프엑스, 레드벨벳을 통해 독특한 컨셉과 안무, 기획, 실험적 노래를 통해 케이팝 전체 수준을 이끌어낸 성과다. 처음에는 난해했지만 이제는 대중들도 보다 편하게 받아들이는 시점이기에, 한 번 더 힘을 뺀 세련된 컨셉을 바로 지금 샤이니가 보여주었다면, SM이 원했던 대중적인 느낌을 낼 수 있었다는 거다. 오히려 그랬다면 강점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팬층도 확대되지 않았을까.
어딘지 모를 촌스러움이 남은 것이 가장 아쉽다.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그래도 전체적인 통일성이 보이고, 특히 6~8번 트랙 (Don't stop, SHIFT, U Need Me) 는 아마도 기획자가 원했을 샤이니만의 세련된 복고 재해석이 가장 잘 드러나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중독 구간이 있기도 하다. 근데 이건 팬이 앨범 전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그냥 리스너가 대표곡 1 of 1 을 들었을 때, 복고와 샤이니가 만나 촌스러움이 남았다면 그 기획은 성공이라 보기 어렵지싶다. 샤이니만의 강점인 퍼포먼스를 내기도 어려운 곡이라 무대를 봐도 끌림이 없고 (실제 항상 핫했던 샤이니의 무대영상이 이번에는 네이버 기준으로 조회수가 에이핑크보다 낮다. 이게 무슨일인가!!!!!) 대체 어떤 느낌을 받아야할지 조차 난감했던 뮤비는 다시 재생하기조차 두려울 정도다...
만약 젝스키스가 재결합 하면서 이 노래를 냈다면? 그들에겐 성공적이었을 거다.
90년대의 젝스키스가 2016년에 재결합을 하는 시점이고, 대중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노래와 컨셉이 있는데, 이걸 이렇게 재해석 했다니! 하면서 세련됨이 남았을테니까. 그만큼 분석과 전략이 중요한 것이 현재의 음악 시장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핫한 가수의 앨범이라도 말이다. 어서 SM이 전처럼 난해하고도 오묘한, 하지만 곧 이것이 트렌디함과 엘리트함이라는 걸 보여주는 그런 기획력을 다시 보여줬으면 한다. 요즘 덕질할 가수가 없어서 너무나도 무미건조하다구!!!!!!
음악적 배경지식도 너무 부족하고, 앨범 리뷰는 처음 써보는 것이라 글이 엉성하다... 와중에 아이돌로지의 샤이니 앨범 리뷰 중에 내가 느낀 부분을 너무나 유려하게 쓴 글이 있어서 가지고 왔다.
"그런 의미에서 “1 of 1”에서 취해진 방법론은 일시적인 전술일 뿐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 f(x)와 함께 SM 엔터테인먼트의 ‘아방가르드’ 사이드를 이끌어 온 그들의 이미지를 일정 부분 희생하면서 조금 더 멜로딕한 팝/R&B 사이드로 돌아온 것은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라기 보다는 에지함으로 돌아오기 위한 숨돌리기에 가깝다고 예측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샤이니의 이름이 떠오르는 ‘SHIFT’, 어쩌면 가장 그들다운 복잡미묘한 편곡과 연주가 귀를 호강시키는 ‘U Need Me’를 갖추고도 이를 뒤쪽에 배치한 것은 익숙하고 낯선 음악들을 절충적으로 섞어 이제는 국내 그룹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샤이니의 타깃 청자들에 대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이미지를 변화해서 로컬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운명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