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묻다 - '변화'에 대해
디지털 인사이트 플랫폼인 폴인페이퍼(fol:in paper)에서 올해 8월에 발행한 special edition에는 에디터가 던진 '변화'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51명의 전문가들의 답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인사이트 넘치시는 분들이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셨는데, 이 질문을 나에게 스스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 시즌이기도 하여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이 간행물 내 질문들을 따다가 답변을 달아보았습니다.
현재 하는 일에서 최근 1~2년 사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가?
Mobile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되었다. YouTube를 필두로 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내 주요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 뿐만 아니라, 금융, 리테일, 교통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분야도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했고 다양해졌다.
디지털 금융 시장을 살펴보면 2017년 처음 론칭한 카카오뱅크는 출시된지 갓 3년이 넘은 지금 이미 디지털 뱅킹 플랫폼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토스, 뱅크샐러드 등의 새로운 핀테크 기업들의 출현,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시장 진출, 그리고 기존 금융사들의 디지털로의 전환 등 비금융사들의 시장 진입과 기존 금융사들의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두 가지 큰 축이 맞물려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로는 투자 열풍이 불며 MTS(Mobile Trading System) 이용자와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은행, 카드사의 기존 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환경적 제약이 발생함에 따라 고연령층 내 Mobile 금융 서비스 이용률이 성장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이전에도 성장을 이어왔던 음식배달 시장은 감염병 유행 이후 외식이 자유롭지 않는 사회적 상황상 ‘필수재’의 성격을 띄며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 내 독보적인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2019년 말 요기요와의 인수합병을 결정했고, 배달시장 M/S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은 가맹점 수수료 인상, 시장 독과점 논란에도 휩싸이기도 했고, 정부는 공공배달 앱을 출시하며 판세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를 보였다. 최근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사와 SPC, 롯데 등 F&B 제조사들이 자사 플랫폼을 구축하며 이 시장에 뛰어든 점도 인상적이다.
당신을 변화로 이끈 3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Why.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를 모델링하고 가공하며, 산출된 결과물을 통해 사회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통계나 기술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로세스 각 단계마다 ‘이 현상이 왜 발생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보거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여러 자료를 찾아봤던 훈련을 지속해왔던 것이 단순한 ‘숫자쟁이’가 아닌, 내러티브를 갖춘 ‘인사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Why’는 궁극적으로 내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맷집을 길러주었다.
Collection. SNS와 블로그에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해 기록해두다보니 여행에세이 책도 2권이나 직접 출판한, ‘작가’라는 부캐가 생겼다. 이러한 결과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수집’하는 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글이 되었든 사진이 되었든 매일 무언가 영감이 될만한 부분들을 수집하여 보관한다. 적절한 시점에 그 수집물을 꺼내어 잘 활용하다보면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가 선으로 연결되며 어떠한 방향성을 갖춰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방향성이 곧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Self-Discipline. 인간을 흔히 자유의지를 가진 개체라고 여기지만, 나의 자유의지를 적재적소에 쓰임있게 만드려면 역설적으로 자기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의 능력이 중요함을 느낀다. Self-Discipline 방법 중 하나는 루틴 또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감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삶의 패턴이 급변한 시기에는 더더욱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재택근무 이후 이틀에 한번은 아침 7시에 일어나 1시간 정도 등산을 하고, 노을이 지는 저녁에는 한강에서 러닝을 했다. 올해 투자 공부를 갓 시작해서 투자 책도 매월 1권씩은 꼬박 읽었다. 이러한 규칙을 계속 지켜가며 스스로를 지탱해보려고 했다. Self-Discipline의 나머지 한 방법은 스스로 온전히 잘 쉴 수 있는 순간들을 계속 탐색해보는 것이다. 온천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거나, 동네에 골목골목을 거니는 것, 그리고 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는 것, 이런 것들이 내게 안식을 준다. 누구를 꼭 만나거나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의 나의 가장 편안한 순간을 찾고, 그것을 기억해서, 쉬어야 할 타이밍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인지하는 나만의 방법과 노하우가 있는가?
종종 서점에 가서 매대에 있는 책들의 제목을 살핀다. 경영/경제, 자기계발, 문학 등 장르는 최대한 다양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나 주제가 있거나 표지의 디자인이 있는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단서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는 매일매일의 작은 변화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부캐로 작가활동을 하다보니 인스타그램에 여러 독립출판물들도 많이 눈에 띄고, 소위 ‘잇템’이라고 불리는 신기한 아이템들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눈에 띈다. 가끔은 이런 아이템을 구매해서 직접 경험해보기도 한다. YouTube에 올라오는 콘텐츠들도 두루두루 접하고 있다.
마지막 방법은 나와는 다른 세대들의 생각을 많이 들어보는 것이다.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의 삶을 살아온 경험, 현재를 받아들이는 시각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포인트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시각과 가치관의 간극에서 변화는 시작되는 것 같다.
당신이 하는 일의 3년 후를 전망한다면?
언급한 변화와 전망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라는 표현은 이제 식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비즈니스에 잘 활용하는 것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어서도 모든 기업의 필수 역량이 될 것 같다.
데이터 애널리스트로서는 기술적, 통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이 기본 소양으로 여겨질 것이다. 다만 이 기본기에 더해져 앞으로는 얼마나 ‘내러티브가 가미된, 직관적이고 현장감있는 인사이트’ 내놓을 수 있는가가 데이터 애널리스트로의 차별점을 키우는 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숫자를 설명할 수 있는 가이드로써의 역할도 데이터 애널리스트에게 기대하는 바인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다방면으로 접근하여 글이나 대시보드로 잘 풀어내는 연습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데이터 비즈니스 섹터로는 사업자들끼리의 데이터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3법 개정안이 2019년 말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 주도의 마이데이터 사업도 곧 시작됨에 따라 각 사업자는 사업성 향상과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직종들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당분간은 계속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은 쉽게 잘 안 변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해가는 데에 있어서 완전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사회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함께 변하고 있지 않다면 사회와 나의 간극은 점차 벌어질 것이다. 그 간극에서 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변하기 위해서는 늘 50/50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판단과 감각이 어쩌면 맞거나 같을지도, 어쩌면 틀리거나 다를지도 모른다는 반반의 가능성. 제3자 입장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