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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Mar 11. 2016

섹시한 독고다이

책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나의 모든 말과 글과 생각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늘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의 기분, 심정, 그 사람의 분위기, 특성, 말투, 이따금씩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까지. 어떤 사람을 접하면 그 사람의 패턴을 읽는다. 좋은 것들은 빠르게 나에게로 내재화시키고, 아닌 부분은 과감하게 무시하거나, 혹은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낌없는 충언 (혹은 내가 바라보는 일련의 관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최근에 가깝게 지내기 시작하는 한 선배로부터 소개받았다. 그 선배는 한의사인데, 본인의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처음에 이 선배를 접한 것은 병원이 아닌 한 포럼에서 였다. 이 포럼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곳인데, 아마 추측건데 이 선배는 정작 와서 엄청난 경영학적 지식보다는 배움과 지식을 나누고 공유하는 하나의 자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여튼 이 선배는 블로그를 한다. 블로그에 이따금씩 본인이 읽는 책들은 짤막하게 소개해주고는 한다. 이 책은 블로그에도 올라왔고, 페이스북에도 한 차례 더 언급되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두 차례씩이나 '강추'하게 된 계기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혼자임에도 강해져야 하겠다는 마음.



여태 살아오면서 개인주의라는 개념은 이기주의와 끊임없이 혼동되어왔다. '나만 아는 것', '나만 생각하는 것'등으로. 당연히 그러니 환영받지 못한 개념이다. '우리'라는 개념과 '공동체', '함께'라는 건 그를 대체하는 '이상적인' 무언가이고, 그렇게 12년간 초중고에서 학습되어 왔다.


그런데 그 시절이 넘어가고나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지게 된다. 승부를 하면 그냥 백기를 들고 "그래, 너 다 가져."하는 형국이다. 기존까지 이것을 그냥 '착하네'라고 위안을 삼았다.


밖으로는 웃고 있는 얼굴이었으나, 마음 한 켠에서는 그게 아니었다는 것은 금방이지 탄로가 났다. 건강이 안 좋아지고, 무언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이 이내 차올랐고, 티를 내려해보지 않아하지만 불쑥불쑥 심지어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런 마음을 표출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이거, 참 아직 한참 멀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써 낸 분은 판사이다. 판사로 재직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차근차근 적어 책으로 묶었다. 어딘가 와일드하고 거칠어 보이는 말투 속에는 아니, 이런 느낌도 잡아냈단 말인가? 싶은 부분에 약간의 소름마저 들 정도.


그 기저에는 무엇보다 판사이기에 법이라는 비가시적 개념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이해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 자리했다. 사회가 유지되게 위한 일련의 규칙에 대해서, 간혹가다 발생하는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누구보다도 많은 생각의 흐름 끝에, 끝내 개인을 꼿꼿이 져버리지 않게 하는 부분에 '그래, 이 맛이야.'하는 김혜자 씨의 국물 소감이 떠오를 정도. 어머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의 느낌이랄까.

남에게 나를 양보하지 말 것


성격이 무뎌 참 그렇게 못한다. 특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서 느끼는 첫 이미지는 똑똑함인 것 같은데,  좀 나와 같이 알고 지낸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 친구가 여리고 어리구나라는 점을 느낄거다. 그럴만도 하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거든. 여태 살아온 햇수가 다른데 내가 당신의 세월의 깊이를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 있지도 못할 것 같다.


감정적인 부분을 발라낸 채 생활을 하기란 참 힘들다. 그건, 마치 요즘 바둑을 두는 알파고 같은 것 아닐까. 그냥 어떤 논리의 완전체. 그게 세상의 최선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엔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근거는 찾는 중이다. 다만 어떤 논리와 판단의 원인과 결과를 다시 이어볼 때 어딘가 탐탁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분명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그래서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려고 하고, 인정하려 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마음을 굳게 다지게 하는 데에는 이 책에서 얻은 여러 구절들이 당분간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이 점차 개선이 되는 과정 속에서 내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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