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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환 Apr 29. 2018

선생님 환자분 혈압이 떨어져요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서 1달에 1주(월-일)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밤근무 주간이다.


밤근무시는 전체적인 병원 인력이 주간보다 적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alert하려고 노력하고 근무 시간대가 겹치는 이브닝(evening) 간호팀, 나이트(night) 간호팀과도 팀웤을 잘 맞춰야 한다.


개인적으로 병동에 상주하는 내과 전문의인 입원전담전문의의 강점은 병동환자의 응급 상황시 대처하는 능력 및 대처 속도와 환자 및 보호자 면담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 주말, 밤 시간대 환자들 처치를 향상시키는 목적도 있었다.


종양내과 밤근무시 정신이 번쩍 드는 노티(notify)는 종양내과 응급 질환들을 포함하는 '혈압이 떨어져요, 숨차하시고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이에요, 피를 토하세요, 혈변을 보세요, 팔,다리에 힘이 없으시대요, 갑자기 의식이 없어지셨어요.' 등이다.


모든 노티들이 지연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는 노티들이지만 특히 혈압이 떨어지는 문제는 빈도도 다른 노티들보다 더 있고 조금만 어버버버 하면 환자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훈련받고 실전에서는 훈련받은 대로 처치할 수 있어야 한다.


혈압 떨어지는 이유는 출혈, 패혈증, 부정맥, 심낭압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종양내과 병동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열이 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패혈증 쇼크, 즉 septic shock 이다.


septic shock은 진료 지침에도 나와 있듯이 1시간 내 처치가 어떠냐에 따라서 환자를 죽고 살리고 향후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서 많이 보는 event임에도 항상 긴장을 하고 alert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내 septic shock을 진단하고 혈액배양검사, ABGA,lactate를 포함한 피검사를 시행하고

항생제, 수액(crystalloid, 요새는 balanced crystalloid로 가는 추세), 승강제(vasopressor)가 상황상황마다 적절하게 투여되어야 한다.


종양내과 환자들의 경우는여기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

septick shock은 병동에서 최대한 열심히 치료를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환자실 치료(기계호흡(intubation과 mechanical ventilator), 24시간 투석시(CRRT))를 항상 염두에 두고 환자 및 보호자분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종양내과 환자들은 현재 병의 병기, 병의 상태, 환자 및 보호자분의 연명치료에 대한 그동안의 의지 및 기록들을 꼭 참고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종양내과 의료진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가지고 중환자실 팀(대형 병원들은 긴급대응팀(Rapid Response Team))과 상의를 하고 그에 따른 대응들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밤의 septic shock 노티는 의사 뿐만 아니라 해당 시간대 간호팀 전체가 같이 팀을 이뤄서 line을 확보하고 항생제,승강제등의 약을 미리 준비하고 기록을 하는 등 팀웤을 잘 이뤄야 한다. 간혹 이브닝과 나이트 간호팀의 교대 시간대의 septic shock 발생은 이브닝 간호팀의 퇴근 마저도 늦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환자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모두 붙어서 치료를 한다. 물론 병동에는 그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환자들 또한 최대한 살펴야 한다.


안타까운 이대 목동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 이후로 의료진은 위축된 부분들이 분명 있다. 기계적으로 실수 없이 빠르게 처치하고자 하나 사람의 몸, 질병의 상태가 다 동일하지 않아서 그때 그때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어려운 판단 이후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료진의 마음은 무겁고 괴롭다. 퇴근해서도 그 기억 및 기분을 떨칠 수가 없을 때도 있다. 혹시 본인이 놓친 것은 없었는지,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어떨지... 하는 마음들...


어둡고 컴컴한 긴 터널 안에서 굴렁쇠가 넘어지지 않게 굴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나의 모습, 내 동료들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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