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난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서 세 명의 환자를 사망선언하며 떠나 보내야 했다.
당직 근무주이기 때문에 내 담당 환자는 아니었지만 그간 밤 근무마다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을 면담했던 터라
내 담당 환자라는 생각으로 치료했던 분들이었다.
사망의 원인은 예견된 질병의 악화에 의한 사망으로 미리 본인 또는 가족 전체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계획서를 받았던 환자들이었다. 내가 밤에 그들을 위해서 했던 치료는 비록 호스피스 병동은 아니지만 최대한 아프지 않게 몰핀을 사용하고, 숨찬 증상을 최대한 덜 느끼게 산소를 공급하며, 그리고 최대한 외롭지 않게 해드리는 치료였다.
아직 임종이라는 순간이 다가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타까워 하는 보호자분들에게는 "옆에서 말씀해 주세요. 환자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환자분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요" 라고 이야기하며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새벽... 30분..그리고 3시간 간격으로 차례로 한분, 두분, 세분의 사망 선언을 하고 그동안 암이라는 힘든 질병과 처절히 투병했던 환자분들과 옆에서 그들을 간호했던 보호자분에게 목례를 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잘 훈련받은 훈련병처럼 사망진단서, 연명의료 중단 이행서, 사체 인수서를 아무 말 없이 책상에서 작성한다.
그렇게 세명의 환자를 떠나 보내는 순간에도 원내 방송에서는 코드 블루를 방송하며 관련 의료진은 빨리 해당 병동으로 생과 사의 고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를 위해 달려오라고 말을 하며 새벽을 연다.